간단치 않은 서사다.
대체 뭘 어디서부터 시작을 해야 할지 모를 정도다.
삼부토건이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중견 건설업의 줄도산이 우려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일부 맞는 말일수도 있지만, 나는 삼부토건의 회생절차 신청은 단순히 건설경기와 연관짓는 건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라고 생각한다. 물론 누적된 적자, 과도한 차입 등으로 회생절차를 신청했겠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표면적인 이유다. 문제는 항상 "왜"다. "무슨 돈 못막아서" 이런 내용은 이유가 사실 아니다.
그 나물에 그 밥
끼리끼리 사이언스
양아치 동호회
삼부토건의 직전 소유주는 일산 식사지구 도시개발사업에서 옛 한나라당 ㅇㄷㅅ 의원 비리게이트와 연관됐던 ㄷㅇㅅㅇㄱㅂ의 소유주, 그 사람이다. 여기서 쓴 맛을 보고 이 모 회장(?)은 신규 사업을 찾게 되는데, 그게 바로 코스닥 한계기업 사들이기다. M&A라고 이걸 불러줘야 할지는 의문이지만, 사회 통념상 그냥 M&A로 불러 주기로 하자.
쉽게 말하면 이런거다. 다 쓰러져 가는 망가진 기업을 산다. 조합을 설립해서 사채부터 시작해서 주변에 있는 꾼들의 자금을 모은다. 오해하지 말자, 여기서 말하는 조합이란 상법상 조합이 아닌 민법상 조합이다. 상법상 조합과 다르게 민법상 조합은 그냥 세무서에 신고만 하면 고유등록증이란 걸 발급해주는게 다다. 아무나 설립할 수 있다는 얘기다. 민법상 조합이라는게 그 자체로는 문제가 없지만, 유사수신 행위를 하기에 딱 좋은 비히클이라 한계기업 인수에 많이 활용된다. 어쨌든 여기저기서 돈을 끌어 모아 망가진 상장 회사를 인수해서 바로 다음 절차는 대부분 정해져 있다. 전환사채라는, CB를 발행한다. (유증, BW 등)이게 뭐냐면, 나는 채권을 가지고 있지만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상품이다. 가령 전환가액이 2000원인 CB를 10000원어치 보유하고 있다고 치자. 즉, 전환가액 기준으로 나는 5주를 잠재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근데 주가가 올라 4000원이 되면,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한다. 그럼 주당 2000원의 차익이 생긴다.
자, CB를 발행하고, 이 또한 채권 인수를 차명으로 이런저런 투자조합들이 또 인수를 한다. 왜 자기들이 채권 발행해서 또 인수를 할까? CB는 뭐라고?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할 일이 그려지는가? 주가가 올라야 한다. 먹으려면. 그래서 보통 이런 플레이를 하는 회사들이 최대주주가 바뀌면 말같지도 않은 호재 기사를 낸다. 쌩뚱맞은 기사들이 나온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말이 되는가 싶겠지만, 실제로 개미들은 열화와 같은 성원을 보내며 호재다! 하고 달려든다. 매수세가 몰리면 주가가 오른다. 주가가 올라 화재가 될 수록 이득이다. 매수는 매수를 부르기 때문이다. 주가가 올라서 이득을 보는 사람들은 누군가? 애초에 인수 플레이를 했던 이들이다. 회사 경영 따위에 무슨 관심이 있겠나.
이들의 손을 거쳐간 회사 중에 십수년간 멀쩡 했던 회사들을 찾아보자. 그만 하자. 헛수고다. 이들은 계속 CB를 발행해 (보통 이걸 종이장사라고 한다.) 다양하게 활용하는데, 돈을 내가 넣을 수도 있고, 공모를 통해 일반인들에게서 돈을 모을 수도 있다. 나는 한계기업들이 공모 CB 발행, 소액공모 까지 가면 사실상 막장 테크트리 탄거라고 간주해 버린다. 어쨌든 인수한 A라는 회사에서 돈을 충전해서 또 다른 한계기업 B를 인수하기도 한다.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하기가 생각보다 쉬운데, 이미 너덜너덜 거린 회사의 최대주주 지분은 이미 막장 지분율이라 사는데 돈이 상대적으로 덜 들기 때문이다. 그렇게 확보한 지분을 가지고 ㅅ ㅅ ㅇ 그룹에게 주식담보대출을 받기도 하고, ㅅㅅㅇ이 또 종이장사에 돈을 대기도 한다. 주식담보대출 받은 돈은 이미 내가 알아서 다 썼고, 주가 빠지면 ㅅㅅㅇ이 걍 반대매매로 시장에서 물량 지져 버리면 그만이다. (정확히는 그들이 지져서 빠진 거긴 하지만)
주가가 빠지면 cb 인수한 사람들은 손해가 아니냐고? 이건 좀 테크니컬 한 얘기긴 한데, 보통 cb를 발행해서 지들끼리 돌릴 때 refixing 조항이라고 하여 전환가액을 조정할 수 있는 주기를 1개월로 설정하고, 하향 조정 한도를 기존 전환가액의 일정 비율이 아닌 액면가로 해둔다. 보통 500원이다. 왜 보통이라고 표현하냐면, 이들이 최대주주로 들어 앉아 견적 뽑아 제일 먼저 하는 것 중 하나가 액면분할이다. 주식 수를 늘려 개미친구들이 열화와 같은 성원으로 달려 올때 주식 쉽게 살 수 있게 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배려심이 높은 종족들이다. 따라서 액면가는 대부분 500원이고, 기존 cb의 전환가액은 주가가 빠지면 빠질수록 500원에 근접하게 되는 원리다. 여기서 조금만 올라도 cb 보유자들은 전환 차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다.
최대한 간단하게 말하긴 했는데, 사실 매년 이들의 수법도 고도화 되어 생각보다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워낙에 이해관계자들도 많이 등장해서 이런 양아치 놈들을 볼 때마다 짜증이 잇빠이(일본어임) 날 수밖에 없다. 오죽했으면 블랙리스트라는 걸 만들어 놨다. 똥 밟을까 무서워서.
다행인건 망가진 회사들의 주인을 보면 서로 참 연결되어 있다. 오손도손 동호회다. 해먹은 놈이 또 해먹고 한 놈이 해먹은 회사를 다른 놈이 인수해서 또 해먹고, 또 그걸 다른 놈이 인수한다. 상폐 될 때까지 해먹는거다. 그래서 항상 결말은 대부분 상폐로 마무리 될 수밖에 없다.
삼부토건이란 회사는 어차피 08년 이후 사세가 꺾이고 제대로 회복이 된 적이 있었는가 의문을 가져도 이상할 게 없는 회사다. 최대주주는 밥먹듯 바뀌었다. 좋은 사람이 샀을리가 없다. 끼리끼리 사이언스, 그들끼리 그냥 거래한다. 그저 상처 난 회사에 소금 좀 뿌린 정도다. 이미 전 소유주는 작년 하반기부터 상장사 지분들을 순차적으로 정리했다. 그 와 중에 삼부토건의 최대주주의 최대주주도 바뀌었다. 그래서 주인이 없다는 말이다.
보통 이런 꾼들이 초기에는 자본시장에 이력이 공개된 적이 없기 때문에 자본시장에서 정상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려는 경우도 생긴다. 바지를 세우는 경우도 있고, 큰 틀에서 패턴은 비슷하긴 하지만 정신 바짝 안차리면 눈 뜨고 당하게 생기는 경우도 생기기 마련이다. 기억나는 가장 성의있었던 사기꾼과의 일화가 있다.
비상장 단계에서 매우 멀쩡한 실적이 나온 장부를 들고 기관투자자들에게 본인이 들고 있는 지분을 파는 경우도 있는데, 보통 이렇게 실적이 잘나오는 회사는 기관투자자 입장에서 투자 제안을 받으면 일단 솔깃하지 않을 수가 없다. 개판인 회사들이 천지에 널렸는데, 아니 이렇게 멀쩡한 회사라니? 투자검토를 진행하는데, 대표이사가 회계법인으로 부터 수령한 실사보고서와 IR 자료를 넘겨 준다. 궁금한 게 있으면 질문을 하란다.
향후 매출 계획을 장황하게 읊는다. 그 말을 곧이 곧대로 믿을 수는 없다. 근거를 확인해야 한다. ㅇㅇㅇ의 판권 계약에 따른 매출 증분이라고 설명한다. 그럼 다시 내가 요청한다. ㅇㅇㅇ의 판권 계약서를 달라고. 한동안 답이 없다. 굳이 직원을 시키셔도 될텐데 대표이사인 본인이 직접 대응하신다. 몇일이 지나고서야 계약서 사본이 메일로 들어온다. 영문 계약서 수십장을 그대로 보냈다. 수십장인데 계약서에 쪽수가 없다. 일단 의심한다. 대표이사가 미팅 때 했던 이야기가 맞는지 계약서 내용을 확인한다. 설마 진짜 다 읽어보겠어 ? 하고 보낸 영문계약서 수십장을 나같은 활자중독자들은 진짜로 다 읽는 게 문제였다.
계약서를 읽는데, 한 페이지 마지막 문장과 그 다음 페이지 시작 문장이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는다. 그렇다. 특정 페이지가 누락이 되었던거다. 계속 읽었다. 비슷한 현상이 계속 일어났다. 페이지 누락이 계속 발견된다. 회사에 질문을 한다. 계약서 페이지가 누락이 되었는데, 사유를 묻는다. 돌아온 답인 즉슨, 보안 유지 사항이라 본인이 뺐다는 거다. 그럴 수 있다. 충분히. 그렇다면 사전에 미리 안내 해 주면 된다. (심지어 나는 NDA까지 제출 한 상태였음) 그런데 걸려서 물으면 그때 가서야 대답한다. 중요한 부분을 다 누락시킨다라...그리고 기관 투자자들한테 자기 지분을 팔겠다라...근데 숫자는 또 잘나온다라...
그 때부터 쏴한 느낌이 가동되기 시작했다. 이래저래 자료들을 디비 파는데, 등기부등본에서 이상한 사실을 발견했다. 명함에 기재된 이름이 아닌 같은 성씨의 다른 사람이 대표이사로 되어 있는 게 아닌가. 이 또한 연유를 물었다. 그제서야 본인이 개명을 했다고 밝힌다. 그래 뭐 개명 할 수도 있지, 어쨌든 전과자는 아니라는 증거일 수도 있으니. 근데 대표이사의 이름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특히 투자를 받을 때는. 그 이름을 가지고 신용조회를 할 수도 있고, 갖은 체크를 다 할 수 있는데, 그 원천을 숨기고, 개명했다는 사실을 사전 고지 하지 않은 점은 백번이고 다시 생각해도 이상하다. 걸리면 그때가서 이실직고 하는 식이다.
여기부턴 상식의 힘을 믿어야 한다. 회사가 제시한 숫자가 아무리 좋아도, 그럴듯한 포부라도 말이다. 삼부토건 이슈를 보며 간만에 끼리끼리 사이언스 무리에 대한 나의 기록을 간만에 에버노트에서 들춰봤다. 보통 쏴한놈(존칭을 써주고 싶지도 않다)들은 모니터링 하기 위해서 커뮤니케이션 했던 메일, 메시지 내용들을 에버노트에 다 때려 박아 둔다. 가끔씩 들춰보면 상식은 과학이구나라는 확증편향을 갖게 만들어 버린다.
투자 드랍 의사를 전달하는데 어찌나 열이 받았던지 (하는짓이 사기꾼이 맞는데, 사기를 쳤다는 물증이 당장은 없으니) 꽤나 점잖은 욕지꺼리를 거의 쓰다시피 했다. 결론적으로 이 분은 당연히 수출 금액 부풀리는 방식으로 분식회계, 횡령 배임, 사기 등의 혐의로 2022년 경 구속이 되셨고, 다 쓰러져 가는 상장사를 이 모씨에게 바통터치를 한다. 그리고 사명을 ㄷㅇㅇㄷ로 바꾼다. 그게 지금 삼부토건의 최대주주(였)다. ㄷㅇㅇㄷ의 최대주주도 바뀌고 여기도 전 대표의 횡령 배임 이슈가 터져서 상장폐지 실질 심사를 받고 있다. 동시다발로 그냥 엑싯을 하는 플레이다. 그 중 하나에 그저 삼부토건이 재수없게 끼어 들어갔다. 상처가 아물기는 커녕 굵은 소금만 연타로 맞아버리게 된 케이스다. 경기가 어려워서 회생절차 들어갔을 것 같지만, 그냥 처음부터 예상된 결말일 수밖에 없었다. 그말인 즉슨, 경기가 좋았다면 결과가 달라졌을까? 난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삼부토건의 회생절차 개시는 건설업 경기와 따로 떼어 내고 생각해야 한다. 안타깝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