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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조각투자에 대한 단상

생성일
2025/06/22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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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자면 단호박 회의적이다.

큰 돈 안되는데, 장기간 묶여서 IRR을 개떨어뜨린다는게 이유다.
한바퀴 돌리는데 30%의 거래비용 수반?
미술품이 다른 자산과 다른 점은 거래비용, 보관비용, 운송비용이 상대적으로 비싸다는 점이다. 거래비용 관점에서 보면 우리가 프라이빗 세일 혹은 옥션 세일을 한다고 가정했을때, 사고 파는, 즉 1회전을 돌릴때 소요되는 거래비용은 대략 25~30% 수준이다. 물론 옥션도 사람이 운영하는 곳인데, 당연히 단골거래에는 협의 수수료라는게 존재한다. 모두가 협의수수료를 적용받아 거래할 게 아닌 이상 비용은 보수적으로 산정해서 손해볼 건 없지 않은가. 따라서 나는 항상 미술품을 거래할때에는 내가 매입할 당시의 1.3배를 곱한 가격을 BEP로 간주한다. 어디까지나 거래비용만 합산한 금액이다. 해외에서 바잉해서 들여 올 때에는 운송료와 보험료를 지불해야 하고, 작품 크기가 대작일 경우에는 경우에 따라 보관비용도 발생한다. 다만, 대부분의 미술품 조각투자 업체들이 옥션사를 겸업하고 있고, 이들이 수장고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최소한의 비용을 가정할 수 있으므로 무시해도 좋을 금액이겠다.
어쨌든 사는 순간 30% 이상이 올라야 본전인 자산은 어딜 둘러봐도 많지는 않다. 10년 걸려 2배 오를 작품을 찾는 건 쉬워도, 3-5년 내에 2배 오를 작품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찾을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거든 일단 그 사람부터 의심해 보라. 미술품 관련 펀드가 2008-2009년에 처음 생기면서도 성공한 케이스는 없었고, 그 이후에 생긴 미술품 펀드가 성공한 케이스도 없었다. 거래비용은 많이들고, 국내에서 받아 줄 컬렉터 층의 수요가 얇아 엑싯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국내 미술시장 사이즈는 평시 2-3천억 수준, 좀 난리나야 4천억 이상 정도로 집계되는 소소한 시장이다.) 혹자는 해외에서 팔릴 대작을 사오면 되지 않겠냐고 하지만, 해외 시장에서 거래 시도를 해보라. 국내 컬렉터들에게 바잉 기회가 얼마나 돌아올지..ㅎㅎ 그 돈많은 레이 달리오도 세계 컬렉터들 내에서도 쩌리 취급 받는게 미술품 거래시장이다..ㅎㅎㅎ 코헨, 마쓰다 무네아키 정도 되어야 읽어주는 리그 :)
자, 그렇다면 예를 하나 들어보자.
얼마전에 모 업체에서 매각에 성공했다고 하는 알렉스카츠의 Coca-Cola Girl 9의 사례다. 아트시(Artsy)라고 미술계의 구글과 같은 플랫폼인데, 작품명을 검색하면 60장 찍어낸 판화란 얘기다. (판화를 굳이 조각투자 하는 심리가 이해 안되긴 하는데, 아마 초심자들은 에디션과 원화를 구분못하는 이유기도 하고 알렉스카츠의 원화는 조각투자용으로 구하기가 힘들어서 혹은 가격이 안맞아서일수도 있다.)
상기 이미지는 매각 내역인데, 굳이 출처는 밝히지 않겠다. 열매컴퍼니, 케이옥션, 서울옥션 중 하나다. 2021년 10월 25일 4462만원에 매입해서 2024년 6월 10일 5200만원에 매각을 했다고 한다. 다만, 음영처리 한 부분에서 확인할 수 있듯 5200만원에는 경매 위탁수수료와 제반비용 제외 전 금액이라고 한다. 거래비용이 제거되지 않았기에 매각 차익은 우리가 생각하는 5200-4462만원은 아니라는 거다. 대충 협의 수수료 적용(해줄런지는 모르겠지만)해서 IRR 계산해보면 4% 남짓 나온다. 위험조정수익률 생각하면 그냥 은행 정기적금 혹은 예금에 에셋파킹 하는게 더 현명한 선택...이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뭐 다른 내역들도 사실 다 쭉 훑어 봤는데 크게 다르지 않다. 문제는 기대 수익률 낮은거야 백번 양보한다 쳐도 미술품 조각투자의 진짜 맹점은 투자계약증권이라는 투자 형태에 있다. 투자계약증권은 부동산 조각투자처럼 거래소를 제공하지 않는다. 즉, 유통시장이 존재하지 않아 일단 돈 들어가면 전체 자산이 매각될 때까지 세월아 네월아 기다려야 한다는 의미다. 시쳇말로 표현하면 돈을 깔고 앉아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명목 IRR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되는 이유다. 돈이 묶여버리고, 만기 구조 (5+5의 구조 : 5년 만기에 협의하에 5년 추가 연장할 수 있다는 계약조항)까지 고민하면 명목 IRR 또한 위험치를 반영하여 분명히 할인이 들어가야 하는 구조다. 상식적으로 아무리 생각해도 합리적인 투자안이 안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혹시라도 저의 무지를 깨주실 분 계시면 언제든 환영합니다. 제 머리로는, 제 상식으로는 도무지 계산이 안나오네요?
기타 부차적인 문제
ㅁ가치평가
가치평가가 어렵다는 문제가 있는데, 시장이 그나마 많이 정리가 되었고 그나마 국내 굴지의 옥션사가 메이저 플레이어로서 활약하고 있다는 점에 그나마 안도감을 가지게 될 뿐이다. 원화는 바터 거래다. 시세에 정답이 없다. 정답을 맞추는 게임이 아니고 마음을 맞추는 게 룰이다. 그러니 1500억원 ㅇㅇ카드로 일시불 결제하는 사람도 나오는 거다. (물론 해외의 일이지만)
ㅁ감상불가
미술품은 사치재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원화는 딱 1점밖에 존재하지 않기에, 미술품이 수천억에 달할 수 있는거다. 있을만큼 있는 사람들이 맥라렌 옆집이 산다고, 내가 또 못살 이유는 없는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온전히 소유하여 혼자 감상을 위해 미술품을 구입하기도 하는데, 조각투자에 진입하는 순간 돈은 묶이고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공간에서 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진다.
ㅁ패시브인컴?
패시브인컴이 나오는 자산이 아니기 때문에, 쌩으로 매각 차익을 노려야 한다. 뭐 말이 좋아 렌탈 돌려서 렌탈 수익을 배분한다고 하지만, 미술품 렌탈 시장조차 나는 긍정적으로 보지도 않기 때문에 그냥 웃어 넘길 뿐이다. 지금 렌탈 수익 매월 준다는 업체 또한 돌려막기 중일 가능성이 있으니 함부로 렌탈료 얻으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으면 한다.
ㅁ세금문제
아직 미술품 조각투자와 관련된 세제가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안다. 기타 수익으로 과세할 확률이 큰 것으로 파악되는데, 잘 생각해보자. 부자들이 왜 미술품을 거래할까. 합법적으로 세금을 안낼 수 있는 통로가 미술품이다. 이런 얘기는 예민보스하지만 그냥 러프하게 말해보면, 국내 생존작가 작품 거래시에는 양도세 비과세다. 취등록세를 낸 적이 없기에 경비를 정확하게 산정할 수 없어 필요경비율 인정비율이 낮지 않다. 참 감사한 자산이다. 탈세가 아니라 현행 세법이 그러하다. 설사 양도세를 걷는다고 해도 우리나라 미술품 양도세 세수액을 들으면 다들 깜짝 놀라실걸...요? 굳이 탈세를 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합법적으로 내지 않을 수 있는 작품과 방법(?)이 있는데 왜 굳이 사서 고생들을 하시는지 의문이라는 거다.
그렇다면 국내 메이저 옥션사들이 왜 미술품 조각투자에 뛰어들까?
현재 국내 메인 컬렉터의 연령대는 굉장히 나이가 많으시다. 쉽게 생각해서 내 고객의 주 연령층대가 고령이라면 그 분들이 다 돌아가시게 되면 미술품 거래시장은 이렇다할 수요처가 없게 된다. 결국 수요 저변 확대를 미리미리 해둬야 하는 이슈가 있고, 젊은 층을 미술품에 관심 갖게 하기 위해서는 각사가 부단히 노력해야 하는 측면이 있다. 가장 공격적으로 MZ마케팅을 진행하는 서울옥션과 은근 눈치보며 따라가는 케이옥션의 플레이가 그러하다. 당장 돈은 안되지만 비즈니스의 영속성을 위해서는 어쨌든 MZ는 판에 끌어들이고 봐야 한다. 정말 돈 안되는 온라인 옥션을 진행하는 이유도, NFT 나왔다 하면 이슈몰이 하는 이유도, 미술품 조각투자를 통해 MZ들이 미술품에 친숙해질 시간을 주는거다. 옥션사 입장에서 절대 돈이 되지 않는 비즈니스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나마 다행인건
전술한 바와같이 대체로 미술품 거래시장이 교통정리가 되고 메이저인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이 진입했다는 사실이다. 뭐 내 블로그니까 내 견해를 가감없이 표현해 보자면 나는 국내에 진정한 옥션사는 케이옥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서울옥션은 이름이 옥션이긴 한데, 주된 매출이 미술품 딜링에서 나온다. (최근에는 더 심해지는 경향) 옥션사라기 보다는 딜러사가 더 적합한 표현이다. 어차피 메이저 컬렉터층이 미술품 조각투자에 관심을 가질리 만무하다. 미술품 거래시장은 상당히 보수적인 시장으로, 언뜻 보기에는 재화를 사고 파는 것 같지만 궁극에서는 "안목"을 주고 받는 시장이다. 아트씬에서 지드래곤은 인정 받지 못해도 탑은 인정해주는 것처럼 말이다. 결국 안목을 키우려면 "시작"이라는걸 해야하고, 소소한 돈으로 "시작"이라도 해볼 수 있는 채널로서의 미술품 조각투자는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대신 큰 돈 벌려고 욕심 부리지 말고, 변액보험 일시불로 하나 넣는다고 생각할 정도의 돈만 넣고 시장을 모니터링 해보자.
내가 생각하는 현실적인 Tip
괜히 미술품 조각투자 한다고 돈 넣지 말고, 그 돈으로 케이옥션, 서울옥션 1년 유료회원 가입해서 고퀄리티의 경매 도록 신청해서 보시길 추천한다. 양사 도록만 수년치를 보면 국내 미술품 거래시장이 한눈에 들어오고 가격에 대한 감도 생긴다. 그리고 적금 차곡차곡 들어서 진짜로 온전히 작품 하나를 소유해 보시는 건 어떨지. 뿐만 아니라, 요새 미술품 거래도 국경이 없어져서 해외 메이저 갤러리들 인스타 팔로우만 하셔도 MZ가 좋아할만한 작품들이 어떤건지 대충 감이 온다. 생각만큼(?) 비싸지 않다. 어설프게 국내 무명 작가 눈탱이 맞아 거래하지 말고 그럴 바에 그냥 해외 갤러리들과 직거래 하는 경험을 가져 봅시다. (우리에겐 DHL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