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는 가능한 부동산과 관련된 이슈들만 다루고 있는데요. 하루 종일 수없이 많은 기사들을 보다보면 부동산 관련 기사만 볼 수는 없습니다.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요. 백종원씨 관련 기사도 마찬가지입니다.
한동안 백종원씨 관련 이슈에 살짝 신물이 난 상태였던 찰나, 아니나 다를까 오늘은 또 다른 이슈로 시끌벅적 합니다. 원래 뭘 보면 정리하고 넘어가는 습관 때문에 그냥 흘릴 수는 없었고요. 노션에 정리하고 말아야지 하다가, 저 또한 여러분의 의견이 궁금해 제가 먼저 블로그에 생각을 공유해 보고자 합니다.
무너지는 오너십 내러티브
백종원씨 자체는 개인이 맞지만, 워낙 영향력이 커진 탓에 더 이상 개인 1명으로 치부하기 힘들어졌습니다. 영향력을 레버리지 삼아 콘텐츠와 유통, 상품, 브랜드, 공간이 결합된 일종의 "풀스택 콘텐츠-커머스 플랫폼"이 되어 버린 상황이죠. 대중이 이리도 화가 많이 난 것을 보면, 백종원씨를 더 이상 개인이 아닌 플랫폼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결국 지금 상황은 단순히 오너 한명의 리스크가 아닌 플랫폼 리스크로 볼 수 있고요. 플랫폼으로서의 백종원이 된 이상 공적 책임이 거론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논거를 가졌든, 가지지 않았든 대중의 뭇매를 맞는 게 이상한 광경은 아니고요. 이상하지 않다고 해서 "옳다"라는 얘기는 아니니, 오해하진 마시길.
어쨌든 더본코리아의 상장과 맞물려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부분들이 쉴새 없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더본코리아가 비상장일 때에는 사실 더본코리아의 이해관계자는 임직원, 상거래 채권자, 점주, 매입처 등의 거래처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여러분들도 잘 되짚어 보시면 백종원 이슈가 부각된 시점이 "상장" 이후라는 걸 눈치 채셨을 겁니다.
왜 하필 "상장" 이후에 일련의 이슈들이 여론의 관심사를 지배하게 됐을까요?
방송에만 얼굴을 비추던 때에는 그냥 웃고 넘어갈 일도, 이제 와서 한번에 손가락질을 바쁘게 당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렇다고 지금 드러난 백종원의 과오가 과거에는 과오가 아니었던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상장 이후에는 "주주"라는 어마무시한 이해관계자들이 생겨납니다. 남의 돈을 사모로 단 한곳에서만 받았으면 모르겠지만, 상장이라는 건 불특정 다수에게 돈을 받는거죠. 오너 회사로, 시어머니 하나 없이 회사를 내 맘대로 운영하다가 상장을 계기로 시어머니가 갑자기 대폭 증가한 겁니다. 심지어 백종원씨는 그 시어머니가 몇명인지, 누구인지 쉽게 알길이 없습니다. 확인하기 위해서는 예탁원이라는 기관에 하문을 해야 하지만, 주주명부폐쇄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힘드니까요. 즉, 백종원씨는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무차별 익명성 공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는 거죠.
백종원씨의 잘못이 없다는 얘기를 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상장을 계기로 누군지도, 얼마인지도 모르는 시어머니가 늘어난 마당에 과거에 이미 정산하고 넘어갔어야 할 과오들이 이제와서 폭발적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점을 얘기하고 싶은 거고요.
그렇다고 한 기업이 상장을 한 것이 죄냐? 고 묻는다면, 또 딱잘라 그렇다, 라고 대답하기도 힘듭니다. 결국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금전 재원이 필요하고, 이를 상대적으로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상장"이라는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은 있습니다.
상장이든, 연예계 데뷔이든, 정치든 공식 무대에 등장 할 때에는 반드시 먼저 되짚어 봐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내가 구축한 브랜드 부채의 실체를 면밀히 파악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브랜드 부채란 과거에 내가 쌓은 초기 이미지와 약속이 누적되면서 생긴 기대치를 의미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이는 결국 시간이 흐를수록 내가 감당해야 할 부채가 커지게 됩니다. 백종원씨의 경우는 '착하고 똑똑하고 정직한 사람'이라는 브랜드 기대치를 만들어 버렸습니다. 덕분에 오너십 내러티브에 힘입어 유통망도 손쉽게 할 수 있었고,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결국 상장까지 성공하게 된 케이스죠.
브랜드 부채를 상환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초기에 구축된 이미지와 내가 행한 약속을 대중의 이해와 어긋나지 않게 이행을 하면 됩니다. 그게 아니라면, 브랜드 부채는 상환되지 않고 이 또한 결국 EOD 국면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대중앞에 공식적으로 나설 때에는 "내가 정말 브랜드 부채를 상환할 여력이 되는가"의 점검이 2차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내 과거를 되짚어 봐야 한다는 의미죠. 그렇지 않으면, 결국 익명의 이해관계자 혹은 이해관계자라고 착각하고 민원과 밀고를 일삼는 무리가 공격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게 될 뿐이니까요. 이해관계자가 아닌 대중은 무감각할 이슈도, 주주로서 이해관계자로 거듭나면, 그것도 지금처럼 주가가 하락해 손실 보고 있는 주주가 증가할 수록 생각지도 못한 노이즈는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죠. 심지어 해당 노이즈가 결국 사실로 드러날 경우, 결국 내가 가진 브랜드 부채는 EOD의 순간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됩니다.
결국 백종원씨는 플랫폼으로서 짊어져야 할 공적 책임, 상환해야 할 브랜드 부채(어마어마하죠)를 과소평가 한 것처럼 보여 아쉬운 부분입니다. 상장을 선택한 것도 오너인 백종원씨이니, 일련의 파급효과를 잘 수습해야 하는 것 또한 온전히 그의 몫입니다. 그는 당분간 모든 방송활동을 중단하고 기업의 내실을 다지는데에 집중하겠다고 합니다. 백종원이라는 IP 하나로 지금껏 사업을 일궈왔습니다. 해당 IP는 EOD 국면에 진입했습니다. 이제 그는 희미해진 IP가치는 뒤로 해야 합니다. 진짜 기업가로서의 국면에 접어들게 되는 형국입니다.
유튜브+방송+브랜드+상품+공간을 한데 묶은 풀스택 콘텐츠-커머스 모델의 한계와 Decline Inevitable 개념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보게 된 계기였습니다.
함의점
너무 착한 척, 너무 고상한 척 하지 말자 ㅋㅋㅋㅋㅋ결국 내가 갚아야 할 빚이다.......ㅋㅋㅋㅋ
그래서 저는 뇌에 필터링 안달고 블로그에 욕도 쓰고, 비어 갈겨 재끼고 매우 편안하게 살고 있습니닼ㅋㅋㅋ 후 간만에 진지한척 글쓰려니 오글거리네요...ㅋㅋㅋㅋ(태생이 장난기로 점철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