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

돈이 마르지 않는 샘물은 어디에? 상조회사의 수익구조 그리고 마스턴

생성일
2025/06/22 13:48
태그
위 그림은 어떤 "미국" 종목의 2010년부터의 일봉이 아닌, "연봉"이다. 우와, 어떤 회사길래 교과서적인 장기 우상향 차트를 그릴 수 있단말인가, 싶겠지만 워렌버핏의 총애를 받았던 미국 최대 상조회사의 차트다. 티커를 얘기하지 않는 이유는, 자칫 무슨 종목 추천처럼 될까봐서...(?)
상조회사라는 워딩 자체가 어감이 좋은 건 아니다. 어딘지 모르게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 단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조회사는 업의 특수성상 마르지 않은 돈의 샘물이면서도 감독당국의 손이 뻗치지 않는 아주 좋은 비히클이다. 상조회사의 본질은 장례행사인 것 같지만, 내가 생각하는 본질은 그 자체로 "운용업"이다.
VIG(보고펀드), 상조업과의 동행
보고펀드가 프리드라이프 매물을 시장에 내놨다. 웅진이 우협으로 선정됐다. 매각가는 1조원 중반대까지 거론되고 있다. 비싼걸까 싼 걸까의 논쟁은 뒤로 미루고, 보고펀드의 스마트한 플레이부터 살펴보자.
1.2016년 좋은라이프 인수 (좋은상조에서 좋은라이프로 사명변경) 2.2017년 금강 인수 (지분 84%, @67억) 3.2019년 모던종합상조 인수 (지분 100%, @100억) 4.2020년 프리드라이프 인수 (지분 100%, @3000억-2500억equity, 500억은 좋은라이프 통해서 KB자산운용 주식담보대출) -좋은라이프가 프리드라이프 인수후, 프리드라이프가 좋은라이프를 역합병 5.2025년 프리드라이프 매각 작업 진행 중 (자사주 제외 지분 전량 매각, @1.x조원, 웅진이 우협 선정됨) 보고펀드 상조업 플레이 요약 정리
보고펀드는 대략 10년전부터 상조회사를 인수하기 시작했다. 사업성이 좋아서? 국내에 있는 상조 회사들의 손익계산서를 살펴보자. 대형사 몇 군데를 빼고는 엄청난 부채비율에 적자는 밥먹듯이 내는 회사들이 천지다. 이런 회사 뭐가 좋다고? 라는 생각을 한다면, 상조회사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상황이다. 재무제표를 볼때는 재무비율이 중요한게 아니라, 수많은 숫자들의 나래비를 유기적으로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가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유기적으로 "잘 해석" 하려면, 회계를 아는게 중요한 게 아니라, 특정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의 정확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래서 내가 어떤 회사를 잘 "안다"라고 말하려면, 그 회사의 "수익구조"를 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수익구조"를 설명할 수 없는 "앎"이란, 어디까지나 안다라고 착각하는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일단 상조회사의 수익구조를 파악해 보도록 하자.
상조회사의 수익구조 (비즈니스 모델)
상조회사는 1980년 일본의 상조산업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시작되었으며, 일반 서민들이 일생의 이벤트 중 하나인 본인사망, 친족사망 등에 대비하기 위한 적금의 개념으로 시작 되었다. 장례비용 그까이꺼 일시불로 결제하면 되는거 아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서민들 입장에선 장례비용은 목돈이다.
따라서 푼돈 3만원씩 매달 10년간(장기수신) 저축해서 장례비용을 마련하려는 니즈가 존재한다. 2024년 3월 기준 국내 상조업체에 가입한 고객수는 무려 900만명이다. (매년 순증한다.)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18%가 가입한 꼴이다.
ㅇ고객의 입장에서 먼저 살펴보자. "계약자" 조르바는 독거노인으로 늙어 죽는 것도 서러운데, 장례 하나 치뤄줄 사람이 없음을 걱정하여 ㅇㅇ상조 상품에 가입한다고 가정하자. 한달 커피값 3만원으로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이 있고, 만기는 10년짜리 상품(장기수신)이다. 그렇다면 조르바가 계약한 금액은 3만원*12개월*10년=360만원이 된다. 즉, 360만원짜리 장례 서비스를 받겠다고 선택하여 선불로 3만원씩 매달 불입한다. 이를 있어 보이게 표현하자면 "선불식 할부거래"라고 표현한다. 어라? 4년차까지 104만원을 납입했는데 계약자 조르바가 갑자기 저멀리 우주여행을 떠나버렸다. 지인에게 "xx야, 나 상조상품 있어요"라는 유언만을 남긴채. 그렇다면 지인 xx는 ㅇㅇ상조에 연락하여 이미 조르바가 납부한 104만원이 있으니, 서비스를 받겠다고 말한다. 아차, 잔금256만원은 즉시 납부해야 장례를 치뤄준다. 이제 계약자와 상조회사와의 계약관계는 종료되었다. ㅇ이제 상조회사의 입장에서 살펴보자. 상조회사는 "모집인"이라는 중개인을 통해 자사 상품을 판매한다. 보통 계약금액의 10~15% 정도를 모집수수료로 제공한다. 보험과 달리 모집인에게 지급하는 수수료의 상한선이 없다. 규제할 근거법도 없다. 상조회사는 모집인에게 지급하는 수수료 지급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일시불로 주든지, 모집수수료+유지수수료로 나눠 주든지다. 상조회사는 모집인에게 지급하는 수수료를 자산의 "장기선급비용"으로 계상하고 일시에 비용처리를 하지 않는다. 반면에, 상조회사는 계약자가 매월 불입하는 돈을 "선수금"이라는 계정에 쌓아둔다. 선수금은 부채다. 이것이 상조회사가 고객으로부터 받는 돈이 많으면 많을수록 부채비율이 높아보이는 아이러니가 발생하는 지점이다. 선수금으로 인한 부채비율의 증가는 상조회사의 몸값을 높일 수 있는 원동력이니 말이다. 다만, 고객한테 매달 돈이 들어온다고 바로 매출로 인식이 되는 것은 아니다. 보험과의 차이다. (보험은 보험수입료가 매출=영업수익임)
보통 우리가 마르지 않는 돈의 샘물을 가지려면 비히클 자체에 "수신기능"이라는 게 존재해야 한다. 은행의 예적금 재원, 보험의 보험료 재원처럼 말이다. 장기로 불특정다수가 나에게 돈을 따박따박 입금하는 구조다. 보통 이렇게 수신기능이 존재하는 비히클은 규제산업이 되어 버린다. 금융감독원이 열심히 감독을 하고, 진입장벽 자체를 높여 버리게 된다. 돈 받아서 사고 치지 말라는 이유다.
그렇다면 상조는 어떤가? 상조에도 사실상 수신기능이라는 게 존재하는 형국이다. 매년 증가하는 가입자들로부터 따박따박 돈을 받는다. 그리고 그 돈은 부채로 계상된다. 수신기능이다. 근데 여기서 중요한 사실 한가지가 있다. 은행과 보험의 차이다.
은행과 보험은 결국 "금전 반환의 의무"를 지게 된다. 예적금을 해지하면, 그 돈을 돌려줘야 하고, 보험도 언젠가는 금전으로 반환해야 한다. 다만, 고객에게 받은 돈으로 장기간 운용 수익을 내서 사업을 한다. 본질은 운용이다. 반면, 상조회사가 이들과 다른 점은 바로 해약을 제외하고, "금전 반환의 의무"가 없다는 뜻이다. 무슨 말이냐면, 위에서 예를 든 바와 같이 계약의 종료는 금전반환이 아닌 서비스 제공과 용품 제공으로 이뤄진다. 즉 "서비스 제공 의무"가 남는 것이다. 상조 입장에서 서비스 제공 의무는 무언가? 장례식을 치뤄 드리면 그걸로 계약관계가 종료된다는 의미다.
즉, 상조회사는 고객의 해약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들어오는 돈을 반환할 의무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고객에게 받은 돈, 선수금, 부채가 높아지면 높아질 수록 현금 가용성이 높아진다. 무이자(사실상 이자는 서비스)로 돈을 끌어 쓸 수 있는 구조가 된다. 심지어 상조상품 해약시에는 가입 기간에 따라 보험처럼 환급률이 정해져있다. 낸 돈을 다 돌려 주지 않는다. 따라서 상조회사의 재무제표를 보다보면 "부금해약손익"계정들이 따로 존재한다. 손익을 퉁치면 고객의 부금 해약으로 인한 순익이 생기는 경우가 더 많다.
심지어 보험은 사고 발생시 보험계약자가 납부한 돈보다 피보험자가 수령하게 되는 돈이 훨씬 큰데 반해, 상조회사는 서비스 이행과 동시에 잔금을 일시에 수취하게 된다. (고객납입금과 서비스 제공 금액 등가다. 또한 행사 발생시 잔금을 전액 회수하기에 매출채권이 존재하지 않아 운전자본 규모가 작다.)
자, 그렇다면 상조회사의 손익계산서들은 몇몇을 빼고 왜 하나같이 엉망이란 말인가? 앞서 수익구조를 명확하게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그 말인 즉슨, 저들이 돈을 벌어 매출인식이 어떻게 일어나는가를 보는 작업이다. 상조회사는 고객의 부금이 입금된다고 매출로 잡히지 않는다. 언제 매출이 잡힐까? 바로 장례를 치루고 행사를 종료해야만 매출이 인식된다. 장례행사란 무엇인가? 누군가 죽었다는 얘기다. 즉, 누군가 죽어야 매출이 잡힌다는 얘기고, 이건 상조회사의 역량 밖에 있는 일이다. 매출을 좋게 만들기 위해 누군가를 죽일 수는 없지 않은가? 따라서 손익계산서 그 자체가 어떤 상조회사의 우량/비우량을 따질 요소가 되지 않는다.
요약하자면, 장기수신기능은 있으나, 이자는 서비스 제공으로 퉁치고, 운전 자본이 작고, 수신자금을 운용하는데에 대한 규제가 전혀 없다. 이론상으로 부금 예수금의 50%를 은행 혹은 공제조합에 예치하지만 이 또한 꼼수는 존재하는 영역이다. 선불식할부거래법상 관리 당국은 공정위로 공정위가 금감원에 준하는 관리 감독을 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작년 3월 말 기준 상조회사의 총 선수금은 대략 10조원 수준이다. 이 말이 뭐냐, 감독 당국의 눈을 피해 오너의 쌈지돈으로 쓰여도 무방한(?) 돈이 어딘가 모르게 10조원이 짱박혀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국내 상조업들이 선수금을 운용하는 실태를 살펴보면, 가관이다. 진짜 가관이다. 어차피 금전 반환의 의무는 없고, 계속 돈은 들어오고, 규제도 없으니 무법지대가 바로 여기에 존재할 개연성이 존재하게 되는 구조다. (쿠션쳐서 병원을 가지고 있는 회사도 있음^^) 어차피 업종 특성상 사람들의 관심도 없고, 부채비율 높은데다가 손익계산서도 엉망이라 금융기관들도 유심히 쳐다 보지도 않는다. 나는 돈을 많이 벌면 좋겠지만, 아무도 나를 몰랐으면 좋겠다? 그곳이 바로 상조업계다.
이 틈을 파고 들어 라임자산운용이 비위행위를 저지르는 가운데, 금융기관에서 돈 조달이 안되자 ㅂㄹ상조를 영입했던 사례도 있다. 자, 웅진이 프리드라이프의 우협대상자로 선정됐다. 1조 남짓의 돈을 주고 프리드라이프를 산단다. 프리드라이프의 선수금 규모는 23년 말 기준 2.3조원 수준이다.
프리드라이프 부채의 대부분을 선수금이 차지하고 있다.
2.3조원이 어디에 뿌려져 있나 살펴보려면 자산 구성 내역의 큰 숫자들을 보면 되는데, 최대주주가 보고펀드답게 나름대로 자산배분을 잘 해놨다. 물론 실제 상세내역까진 내가 볼필요는 없고, 그건 웅진 쪽에서 실사 하면 될 일이니. 어쨌든 1조원을 들여 2.3조원의 자산을 살 수 있는 거래라는 얘기다. 웅진 입장에서는 오랜 렌탈 사업으로 구축된 고객 플랫폼을 통해 교차 마케팅이 가능한 구조다.
재밌는 점은 금번 매각 대상 주식에 마스턴이 들어가 있다는 사실이다. 2021년 최대주주로부터 구주 7.5%를 매입했다. 매입 이후 2차례에 걸쳐 대략 전체 주주에게 550억원의 배당이 이뤄진 바 있는데, 웅진에 지분 매각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매각 차익까지 챙길 수 있는 거래가 되겠다. 부동산 투자 운용사로만 알려져 있는데, 이런 영리한 플레이를 할 수도 있는 마스턴? 매입하게 된 배경까진 모르겠다만, 굉장히 넓은 시야를 가진 플레이에 박수갈채를 아니 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냥 인수해서 블펀으로 쓰지 그랬어...ㅋㅋ)
부디 성공적으로 거래 마치시고, 위기를 기회 삼아 진정한 부동산종합회사로 거듭나는 원년이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