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

다들 집에 30조원 정도는 쌓아 두고 있죠?(부동산 PF 선진화 방안 내용 반박)

생성일
2025/06/22 11:56
태그
25.02.21 기사 중
내돈 3억 넣고 100억 사업 하는 현실에 대해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은 사실 재수생이죠. 2000년대 후반에 땅값 8조원 포함 총 사업비 30조원으로 진행한 바 있었습니다. 삼성물산이 총대 메고 자기자본 1조원을 모았어요. 대기업들 한 30여군데에서 십시일반 모은 돈이었습니다. 그 때도 언론에서 얘기하길 꼴랑 1조 들고 30조원짜리 사업을 한다,라고 했었죠. 국내 대기업 30군데가 모은 돈이 1조원 수준, 결코 작은 규모가 아니었습니다. 대기업들이 영세해서 생긴 문제였습니까? 대형화 되지 못해서 생긴 문제였습니까?
미국 뉴욕 허드슨야드 phase 2 개발은 윈그룹이 주도하고 있는데요, 총사업비가 대략 17.1조원입니다. 진짜 문제는요. 우리나라의 금융 환경은 선진국 대비 척박한데요. 투입되는 사업비는 선진국 개발비 대비해서 큰 차이가 없어요. 즉, 개발원가 자체가 우리 체력에 맞지 않는다는 얘깁니다. 근데 개발원가라는건 외생변수에 영향을 받는 부분이 훨씬 크죠. 참 안타깝습니다.
매번 3억원 들고 100억원 사업하는 PF, 1조원 들고 30조원 사업하는 PF 얘기해서 사업주체 잡아봤자 뭐합니까. 시행사들 잡아 봤자 수십조원 돈 안나와요. 대기업 건설사들도, 대기업 금융사들도 선진국 대비 미천하기 짝이 없어 못하는 걸, 이들보다 못한 체력 가진 시행사들 때려 잡는다고 무슨 대책이 나오겠습니까? 시행사들이 잘했다는 얘기를 하는 게 아니라요. 3조원 들고 100조원 사업하는 PF, 2000억 넣고 6조원 사업하는 PF 이런 시리즈물 기사 너무 진부하네요.

2.시행사가 개발이익을 독식한다는 의견에 대해

사업수지를 보면요. 이것도 똑같습니다. 매출액 (P*Q) - 비용 (C) = 영업이익 (OP)가 계산되죠? OP의 귀속주체는 사업주체인 시행사가 맞습니다. 근데 이 규모가 작지 않으니 시행사가 개발이익을 독식한다고 하시는 것 같아요.
근데요.
사업수지에서 비용인 C를 breakdown 해보면 원가 제일 많이 들어가는게 뭔가요? 토지대/공사비용/금융비용 아닌가요? 시행사 입장에서는 비용이지만, 저 돈을 받아간 주체들에게는 "매출" 혹은 "영업수익"으로 계상 됩니다. "이익"은 "매출"의 부분집합일 뿐입니다. 따라서 지주, 건설사, 금융기관의 마진이 녹아 있다는 말이 됩니다. 해당 마진은 개발 프로젝트가 원천입니다. 근데 어떻게 개발이익을 시행사가 독식한다는 논리가 도출 될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간단한 예를 들어볼게요. 2024년 기준 한국투자증권이 1.2조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네요? 근데 이 영업이익의 기여도를 봤더니 부동산PF의 비중이 9%라고 합니다. 절대금액으론 대략 1000억원이죠. 이 금액은요, 영업수익이 아니라요 한국투자증권의 판관비 차감하고 난 다음의 이익입니다. 전국 50여 군데의 증권사, 1곳인 대형 한국투자증권만 부동산 PF 관련, 매출이 아닌 영업이익이 1000억원이 남았대요. 이건 개발에서 나온 이익이 아닌가요? 하늘에서 떨어진 돈인가요? 혹시 이렇게 하늘에서 떨어지는 돈이 있다면, 저에게도 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블로그 접고 가서 팔 벌리고 웨이팅 하겠습니다.

3.리츠를 활성화 하면 개발이익이 사회화 된다는 의견에 대해

리츠는 30% 이상 공모 의무가 있어, 일반인들에게도 개발이익을 배분 해 줄 수 있으므로, 개발이익이 사회화 되는 측면이 있다, 그러므로 리츠를 활성화 시키자라는 얘기가 나옵니다. 리츠를 활성화 시켜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크게 공감합니다.
다만, 리츠를 활성화 시킨다고 개발이익이 사회화 된다는 측면에서는 저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 논의되는 프로젝트리츠조차도 개발단계에서는 공모를 지양하려는 움직임이 감지 되지 않나요? 일반인들이 고위험 단계에서 리스크에 노출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는 취지일텐데요. 그렇다면 결국 리츠가 실물을 편입할 즈음 일반공모를 진행하거나, 상장이후 유상증자를 통해 일반인들에게 지분을 소유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게 되는데요.
"개발이익을 사회화" 시키되, 프로젝트 리츠, 즉 개발단계에서 일반인들에게 공모로 유상증자를 할 게 아니라면요. 실물 편입단계에서 유상증자를 할 때 최소한 파격적으로 할인 발행을 해 주셔야 되는 거 아닌가요? 발행가액을 뭐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건가요?
부투법 시행령 제 15조를 가지고 와 봤습니다. 주식의 발행가액을 정하는 규정입니다. 쉽게 설명하면 1)상장인 상태에서 리츠가 공모로 유상증자를 하게 된다면, 거래량 가중평균산술가액을 계산해서 최대 30% 미만의 할인율을 허용하겠다. 2)근데 비상장인 상태에서 유상증자를 진행하게 된다면, 시가가 없으니 다음과 같은 공식으로 발행가액을 산정해라, 하는 얘깁니다.
리츠가 상장할 때에는 기준시가라는게 없습니다. 따라서 부투법 시행령 제 15조에 따라 2)비상장인 경우로 발행가액을 산정해야 합니다. 뭐랍니까? (개별자산의 가치합계액 - 산정기준일 현쟁의 부채) / 발행주식총수를 고려하라고 합니다. 이 말은 쉽게 설명하면요. 제가 매번 읊어대는 자기자본, 순자산을 주식수로 나누라는 얘깁니다.
근데 개별자산의 가치합계액은 누가 정하나요? 감정평가사님들이 계산합니다. 실물 평가 하시는거 아닌가요? 실물이지만 아직 준공되지 않은 상태의 가치로 평가하시나요? 그게 아니라면, 결국 개발이익이 배분 되고 난 다음의 가격이 반영된 수준에서 발행가액이 결정되고요. 그 가격에 공모 참여를 합니다.
그렇다고 뭐 기분 좋게 실물 가치에서 30% 이상 파격적인 할인가로 개인분들께 주시는 거 아니잖아요? 상증법 개정이라도 해주신답니까?
개인들이 개발 이익을 나눠 가지려면요. 간단합니다. 프로젝트리츠 단계부터 공모를 허용해 주시면 되잖아요? 근데, 이건 안되는데 리츠 실물 편입 단계에서 공모하면서 어떻게 개발이익이 사회화가 되나요?

4.리츠가 대규모 개발 자금 투입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의견에 대해

자기자본 비율 20% 높이자는 얘기 하면서, 리츠 지분 출자 제한 없다, 또 리츠들도 개발사업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할 의향도 있다라는 얘기가 나오는데요. 대체 이놈의 "대규모"는 얼마고, "대형"은 얼마나 큰 규모입니까?
상장리츠 기준으로 국내 가장 큰 리츠가 SK리츠죠. 시가총액 고작 1.2조원입니다. "고작"이라는 표현을 쓴건 1.2조원이 작아서가 아닙니다. 수요에 비해 공급할 수 있는 비히클의 크기가 절대적으로 작기 때문에 사용한 표현입니다. 가장 큰 SK리츠 회사채 발행 규모도 천억원이 안되는 수준입니다. SK의 잘못이 아니라, 대기업 계열사가 만든 리츠에조차 회사채 수요를 찾기 힘든 실정입니다.
하물며, SK리츠가 유증을 한다 한들, 공모 이후에 유증 한번 시도 하면 난리가 납니다. 보통 시장에 충격을 최소화 하는 범위에서 상장 기업들이 증자 등의 신주 발행행위를 하려면 시가총액의 10% 수준이 최대치입니다. 이 또한 시장의 센티멘탈을 기준으로 한 경험칙이기 때문에 절대적인 법칙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SK리츠는 유증을 때려도 꼴랑 1200억원 발행 할 수 있는 비히클입니다. 국내 최대 상장리츠가요.
회사채도, 유증도 운신의 폭 자체가 좁은 SK리츠가 뭘 더 할 수 있습니까? 이들이 시장에 무리 주지 않고 조달 할 수 있는 금액 자체가 "대규모"인가요? 코끼리한테 츄파츕스 주는 정도를 대규모라고 칭할 수 있는지 참 의문입니다.
당췌 "대규모", "대형화"라는 표현들이 나돌아 다니는데, 뭐가 대규모고, 뭐가 대형화를 의미하는건지 도통 알길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