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

LH 신축매입약정, 돈 없는 정부의 허세? (feat.LH의 수익구조)

생성일
2025/06/22 11:30
태그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지만, 사실상 부동산 개발업과 관련된 주요 정책은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공허하다. 이 와중에 전국민 구제금융을 담당하고 있는 주체가 있으니 바로 LH다. 신축매입약정이라는 명분으로 수많은 개발사들에게 퇴로를 열어 주고 있는 실정이다. 말은 거창하게 내 뱉어 놓긴 했는데, 진짜 사 줄 돈이 있는건지 한번 휘뚜루 마뚜루 살펴 보도록 하자.
기업 DNA부터 비틀어진 괴물의 탄생
LH는 애초에 태생이 복잡하다. 1962년 대한주택공사와 1975년 토지금고(후에 한국토지공사)가 2009년 합쳐진 키메라다. 한국전쟁 이후 절망적인 주거난을 해결하려다 보니 만들어진 조직들이, 58년 만에 억지로 합쳐진 것이다.
문제는 이 둘이 완전히 다른 성격을 가진다는 점이다. 주택공사는 서민을 위한 임대주택을 짓는 '복지기관' 성격이 강했고, 토지공사는 택지개발로 수익을 내는 '개발업체' 성격이었다. 복지와 수익추구라는 상반된 목표를 하나의 몸에 우겨넣은 셈이다.
일각에서 지적한 대로 LH는 토지수용권, 용도변경권, 독점개발권이라는 3대 권력을 갖고 있다. 이런 막강한 권한을 가진 조직이 복지와 수익추구를 동시에 하려다 보니 정체성 혼란이 올 수밖에 없다.
LH의 수익구조 : 왼손으로 빚내고 오른손으로 장사하기
LH의 수익구조를 쉽게 설명하면 이렇다. 차 떼고 포 떼고 크게 봤을 때 2가지 주력 사업이 존재한다. 하나는 주거복지라는 정책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민간에 임대주택을 공급/운영한다. 당연히 수익이 날 수가 없다. 그럼 어떻게 계속 임대주택을 공급하느냐? 바로 또 다른 사업인 택지개발사업이다. 즉, 땅 장사를 하는 셈이다. 허허벌판의 땅을 사들여 지주들에게 토지보상을 한 뒤, 토지조성공사를 거쳐 민간에 매각한다. 이 땅을 적격 시행/시공사들이 입찰을 받아 시행을 해 분양 수익을 챙기는 셈이다.
땅을 팔아 남는 돈을 임대주택 사업에 투입을 하게 되는데 이걸 "교차보전" 구조라고 부른다. 토지 및 주택 판매의 원가율은 대략 70% 수준인데, 여기서 벌어 매출원가율 200% 수준에 달하는 적자 사업부에 돈을 투입하는 거다.
상기 구조가 잘 굴러가면 문제가 생기지 않겠지만, LH의 문제는 민간과 마찬가지로 부동산 경기가 침체기에 들어설 때 발생한다. 즉, 택지를 받아줄 민간업체들이 줄을 서야 LH가 돌아가는 구조인데, 현재 마음처럼 되지 않는 상황이다. 땅을 팔지 못한다. 손실을 메꿀 재원이 부족하다. 매년 정부로부터 2-3조원의 증자대금을 수혈하지만 조족지혈일 뿐이다. 작년에는 브라질까지 가 채권을 발행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급절벽이라는 총체적 난국 속에 주거복지 실현을 위해 "주택공급"은 계속 이뤄져야 함에도 재원확보가 쉽지 않다.
정부의 만능 심부름꾼
LH가 맡은 업무 범위는 상식을 벗어난다. 토지의 취득·개발·비축·공급, 도시의 개발·정비, 주택의 건설·공급·관리까지 부동산과 관련된 모든 일을 다 한다. 여기에 3기 신도시, 혁신도시, 국가산업단지까지 추가된다. 신도시 택지개발사업을 제외하고는 교차보전을 받아야 하는 적자 사업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편하다. 뭔가 주거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LH가 알아서 하겠지"하면 된다. LH 입장에서는 뭐든 다 해야 하는 만능 도구가 되어버렸다.
특히 LH는 울며 겨자먹기로 일다 2025년까지 신축매입임대 11만호 목표라는 건 상당히 무리한 계획은 발표하고 봤는데, 사실상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 없이는 그 목표 달성이 요원해 보이는 상황이다 . 정부가 매년 LH의 매입약정에 지급하는 보조금은 너무나 작고 소중할 지경이다. 무려, 무려, 무려, 연간 40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채당 평균 2.7억원 수준만 잡아도 11만호면 재원이 대략 30조원 이상의 재원이 필요한데, 말이다. 더구나 땅도 안팔려 힘들어 죽겠는데..이 돈이 어디서 나와야 한단 말인가? 한 해 벌어들이는 순이익이 1조원 남짓에, 정부가 증자해주는 규모는 끽 해야 3-4조원....ㅎ 대부분의 돈은 임대주택에 묶여 있다면?
숫자로 보는 LH
LH실적추이, 출처 : LH 감사보고서, 조르바 자체 정리
2024년 LH 매출액 15조5722억원, 영업이익 3404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7배 늘었다고 하지만, 절대 금액으로 보면 매출의 2.2%에 불과하다. 편의점 순이익률보다 낮은 셈이다. 다시 한 번 얘기하지만, LH는 땅 판돈+차입금을 보태서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구조다. 땅이 안팔린다면 부채를 늘리는 방법밖에는 없다는 얘기다. LH의 2028년 부채가 236조원, 부채비율이 238%로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LH 주주명부, 출처 : LH 감사보고서, 조르바 자체 정리
하지만 이 마저도 정부 눈치를 보느라 부채를 무한정 늘릴 수도 없다. 주주가 정부니까. 2022년 LH는 기획재정부로부터 부채비율이 200%를 넘는다는 이유로 재무위험기관으로 지정했다. 주거복지를 실현하는 가장 큰 주체이지만, 당췌 뭘 어쩌라는 건지 장사도 안되어 죽겠는데 빚도 맘대로 늘리지 말란다.
결국 LH가 야심차게 뱉어놓은 11만호 신축매입약정 의지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정부가 대대적인 지원을 해주거나, 해외에 손을 벌려야 하는 처지다. 안타까운 점은 여전히 정부에서는 LH에 전폭적인 지원을 하겠노라는 희망찬 메시지는 던져지지 않았다는 거다. 할 수 있는건 이제 "희망 고문 한 채로 시간끌기" 카드가 남았다.
신정부가 출범했다. 조기 대선 이전부터 사실상 다른 후보들도 부동산 공급정책과 관련하여 이렇다 할 정책은 내놓지 못했고, 이재명 정부 또한 정책공약집에 묘수가 담기진 않았다. 물론 시장을 자극할 우려 때문에 의도적인 회피 전략이라고 생각해 볼 여지가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희망회로일 뿐이다.
LH를 보는 정부의 시각이 문제?
LH는 공기업으로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 회계사무규칙 및 회계기준'에 따라 기장한다. 아이러니 한 점은, 일반기업에 적용하는 일반기업회계기준 혹은 IFRS와 거의 다를 바 없는 기준이다. 즉, 영리법인과 마찬가지란 얘기다. 공공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한 몸에서 챙겨야 하다 보니 어느 기준에 맞춰 잣대를 들이대야 하는지 혼란스러운 점은 백번 이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타까운 점은, LH가 수행해야 할 공공의 정책목표가 존재 함에도 수익기관 취급하다 보니 지원 없이 규제만 드리워진 상황이다.
공공기관은 시장실패를 보완하는 데에 그 설립 명분이 존재한다. 정부는 그 책임을 LH에 이양하고 시장실패에 이어 정부실패까지 전가시키는 모양새로만 보일 뿐이다. LH의 신축매입약정 11만호라는 구호가 허세로 느껴지는 이유다.
지금 필요한건 LH의 허세 섞인 구호가 아니라, 신 정부의 의지밖에는 없다.
자, 이제 다같이 세금 더 낼 준비를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