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표현에서 공통점을 찾아보자.
1.회사 보유분 선착순 판매
2.마이너스 성장 혹은 역성장
3.고용의 유연성
4.전략적 인내
5.전쟁에서의 부차적 손실
6.남녀 관계의 부적절한 관계
7.강력한 심문 방식
공통점이 혹시 찾아지는가? 쉽게 찾아지지 않는다면, 다음과 같은 해석을 담아 다시 읽어보자.
1.회사 보유분 선착순 판매 = 뭐긴 뭐야, 미분양 판다는 소리지
2.마이너스 성장 혹은 역성장 = 뭐긴 뭐야, 감소했다는 소리지
3.고용의 유연성 = 뭐긴 뭐야, 해고 쉽게 한다는 소리지
4.전략적 인내 = 뭐긴 뭐야, 무시한다는 소리지
5.전쟁에서의 부차적 손실 = 뭐긴 뭐야, 민간 사상자 대규모 발생했다는 소리지
6.남녀 관계의 부적절한 관계 = 뭐긴 뭐야, 불륜이고 간통이란 소리지
7.강력한 심문 방식 = 뭐긴 뭐야, 고문했다는 소리지
더블 스피크
"더블 스피크 (Double Speak)"의 전형적인 사례를 인용했다. 더블 스피크란 조지오웰이 고안한 개념으로, 의도적으로 진실을 가리기 위해 모호하고 애매한 말을 계산적으로 사용하는 수사법 중 하나다. 이 또한 좋게 표현하면 정보 수용자가 받을 충격과 불편한 심리를 배려한 완곡어법인데, 진실의 도피처로 활용 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단점이라 할 수 있다.
도구로써의 숫자
많은 분들이 눈치 채셨겠지만, 내 포스팅에 드러나는 대부분의 세계관은 이 "더블 스피크"를 해체 하는 작업의 일환이다. 날 것의 표현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읽는 내내 불편할 수도 있다. 더블 스피크 해체를 위해 나는 '숫자'를 주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는 내가 걸어 온 직업생활과 맞닿아 있다. 포장된 수사학을 날 것의 사실 혹은 진실로 번역하는 과정의 연속이었기 때문이다.
남의 돈을 운용하는 대부분이 만나게 되는 사람들은 마케팅의 달인이다. 무엇이 과장이고, 현혹이며, 무엇이 진실이고 사실인지 항상 가려내야 하는 입장에 설 수밖에 없게 된다. 현란한 언변과 수사에 속아 남의 돈을 내 기분대로 운용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를 다 하기 위해서는 24시간 촉수를 세우고 있어야 한다. 날 것으로 해체 해 진실 혹은 사실을 마주하려는 노력 또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 중 하나로 간주된다.
숫자가 모든 것을 말해주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대개 이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숫자가 어디까지 말해줄 수 있는지 경험하지 못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발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일부 동의를 하는 측면은 있다. 숫자 그 "자체"는 모든 것을 말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다만, 숫자는 최소한 의심의 씨앗을 품게 하는 도구다. 의심의 씨앗을 제공하는 숫자는 결국 향후 리서치의 작업 방향을 결정짓는 역할을 한다. 숫자가 모든 문제를 일시에 해결하는 만능일 필요는 없다. 따라서 숫자를 시작으로 이면을 파악하는데 충분한 도움이 된다면, 숫자가 모든 것을 말해주지 않는다는 명제를 완전히 긍정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더블 스피크와 비밀, 그 차이는?
간혹 마주하게 되는 구독자들의 오해가 하나 있다. 내 블로그 포스팅이 누군가의 비밀을 파헤치는 작업물이라고 인식하는 사례다. 특정 정보는 어디에서 취득할 수 있는건지, 특정 결론은 어떻게 도출된건지 등을 질문하는 경우가 있다. 진짜 해당 정보가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 아니고 일종의 벤치마킹을 하려는 시도로 읽혀진다. (실제로 특정 회사를 조르바식으로 분석해서 리포트를 제출해 주시는 경우도 있음..)
이 자리를 빌어, 설명하자면 나는 단 한번도 포스팅 대상의 회사 비밀을 공개적으로 블로그에 언급한 바가 없다. "비밀"의 기준은 회사의 오너가 숨기려는 의도를 숫자에서 드러낸 경우다. 그 의도를 내가 읽은 이상, 굳이 블로그에 포스팅 할 필요는 없다. 이 또한 내가 사용한 더블 스피크다. 더블 스피크 걷어 내고 날 것으로 표현해 보자면, 내가 언제 오너들의 숨겨 둔 차명 법인을 대놓고 언급한 적이 있던가?
다만, 다수의 구독자들이 내 포스팅의 세계관을 "비밀을 밝히는 작업"이라고 느끼는 이유를 추정해 보자면 이거다.
더블 스피크와 비밀을 혼동한 데에서 오는 오해.
비밀은 대개 숨기려는 의도가 반영되어 있기에, 일반인들이 쉽게 찾지 못한다. 반면, 더블 스피크는 포장지만 살짝 벗겨내면 결국 남는 건 공개 정보다. 내가 항상 가능한한 정보의 출처를 밝히는 이유와 맞닿아 있다. 나도, 여러분도 모두가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정보라는 시그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