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가 회생신청을 한지도 벌써 두달이 지났다. 수많은 기사가 쏟아졌다. 핵심은 MBK의 고레버리지 인수구조로 홈플러스가 온라인 소비 트랜드에 대응할 여력을 잃었다는 점과 인수후 점포 및 물류창고 매각대금이 MBK로 얼마나 흘러 들어갔느냐 정도로 압축할 수 있다. 언론 보도가 인용하는 차입구조, MBK가 수취한 금액 등이 미세하게 다르다. 뭐가 진짜인지 구분이 쉽지 않다. 이에 MBK의 반론 또한 그대로 믿어야 할지 의문이 많이 남는 상황이다.
각종 보도는 차치하고 홈플러스의 감사보고서 및 공시를 참고해 사태의 흐름을 따라가 보도록 하자.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전까지 중립기어 모드는 언제나 상식이다. 일단 간략하게 MBK 사태를 타임라인으로 정리해 보며 포문을 연다.
홈플러스 회생신청 타임라인
As of 2025.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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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메리츠그룹으로 부터 인수금융 차환 대출 1.2조원 실행
(차입금 1.4조원 중 82%를 차지하며, 증권 6550억원, 화재 2800억원, 캐피탈 2800억원을 투입함/담보신탁으로 우선수익권 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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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2월 1.1조원 규모 RCPS 보통주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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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2월 신영증권, 홈플러스 카드사 매입채무 유동화 ABSTB 발행 : 신용등급 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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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2월 한신평, 홈플러스 기업어음 및 단기사채 신용등급을 A3에서 A3-로 하향 조정 (Trig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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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3월 홈플러스, 신용등급 하향 조정으로 단기 유동성 이슈 대응 위해 선제적 회생절차 개시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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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3월 ABSTB C->D / 신영과 홈플러스 법적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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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5월 홈플러스, 27곳의 임차 점포에 임대차계약 해지 통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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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6월 MBK, 회생계획안 제출 예정
MBK의 홈플러스 인수과정 (과거로 돌아가자.)
(위) 인수전의 지배구조, (아래)인수 직후의 지배구조, 출처 : 조르바 자체 정리
(위)의 도식은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하기 전의 지배구조를 나타낸다. 테스코(Tesco)가 홈플러스의 지분을 100% 보유한다. 홈플러스를 통해 홈플러스베이커리와 홈플러스테스코를 간접지배 하는 구조다. 홈플러스테스코는 2008년 홈플러스가 이랜드로부터 홈에버를 인수하며 사명을 변경한 회사다. 테스코의 계열사인 테스코스토어즈도 홈플러스테스코의 지분을 47.83%를 보유하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생각했을 때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하는 게 목적이라면 바로 홈플러스의 지분 100%를 테스코로부터 매입하면 된다. 그리고 홈플러스가 테스코스토어즈로부터 잔여지분 48.83%를 매수하면 끝이 나는 구조다. 홈플러스만 장악하면 어차피 나머지 계열사 2개를 간접지배 할 수 있기 때문이다.
MBK는 이런식으로 홈플러스를 인수하지 않았다. 그럼 어떻게 홈플러스를 손에 넣었을까?
[1단계] : 보잘 것 없는 빵집, 홈플러스베이커리 인수
일단 MBK는 한국리테일투자, 한국리테일투자이호라는 SPC를 만들어 홈플러스베이커리라는 홈플러스의 종속회사를 인수한다. 지분 100% 인수대금은 약 100억원으로 추정된다. (근거 : 홈플러스가 지분법적용주식인 홈플러스베이커리와 홈플러스테스코를 매각하고 유입된 현금은 대략 4373억원인데, 홈플러스테스코의 매각대금은 공시를 통해 4275억원임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4373-4275=약 100억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홈플러스베이커리를 인수하면서 전환사채(CB) 3조원을 발행한다. 발행대상자는 한국리테일투자, 한국리테일투자이호, 캐나다연금(CPPI)다. 재밌는 건 해당 CB를 굳이 발행 하고 바로 보통주 전환을 한 바 있다. 언론에서 회자되는 RCPS는 출자 전환한 3조원에 포함되어 있다. MBK의 인수시점, 홈플러스베이커리는 K-GAAP 기준으로 회계처리를 하고 있었으므로, 해당 RCPS는 자본으로 인식됐다. (근데 대여금 출자 전환이야, 간단하니 그렇다 쳐도 CB를 발행하자마자 보통주 전환을 할 거면 왜 굳이 CB를 발행했는지는 의문이다. 혹시 어떤 실익이 있는지 아신다면 가르쳐 주시면 매우 감사하겠다.)
이렇게 홈플러스베이커리는 자산사이즈 약 3조원에 달하는 회사로 거듭난다. 현금이 3조원 들어간 법인이 된거다. 자, 이제 현금 3조원 어떻게 활용할까?
[2단계] : 홈플러스베이커리의 홈플러스테스코(구.홈에버)의 인수
이미 홈플러스베이커리는 MBK의 회사가 됐다. 이제 움직일 차례다. 홈플러스가 아닌, 홈플러스테스코를 인수하기에 이른다. 무슨 자금으로?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홈플러스베이커리에는 MBK의 SPC 등이 투입한 현금 3조원이 있다.
일단 지분을 매입해야 한다. 홈플러스테스코는 주주가 2개사다. 홈플러스와 테스코스토어즈다. 지분 매매 대금은 회사로 유입되는 돈이 아니다. 주주들에게 쥐어 주는 돈이다. 따라서 3조원의 재원 중 일부는 주주사에게 매매대금으로 지급한다. 그게 총 8550억원이다. 3조원에서 대략 8천억원을 주주들에게 건네며 홈플러스테스코의 지분 100%를 확보하게 된다.
산수를 해보자.
홈플러스베이커리에 3조원이 있었는데, 홈플러스테스코의 지분 100%를 확보하며 기존주주들에게 약 8000억원을 지급했다. 그렇다면 현재 홈플러스베이커리에는 얼마의 현금이 남아 있을까?
그렇다. 2.2조원 수준이 남아 있다.
완전한 지배력을 확보한 홈플러스테스코에 2.2조원을 출자한다. 이것도 결론만 보면 출자인데, 사실상 3조원에서 구주거래대금 약 8천억원을 제한 나머지가 대여금으로 회사에 먼저 나가 있었다. 그게 홈플러스테스코의 장부에는 차입금 2.2조원으로 잠시 계상되어 있던 돈이다. 이 2.2조원의 대여금을 결국 출자전환하며 자본으로 계상한다. 2.2조원이 어떤 의미가 있는 금액이 아니라, 그저 남은 돈이 그 규모였을 뿐. (이걸 언론에서는 외부자금 차입이라고 해석해서 보도하는게 안타까울 뿐이다.주주대여금도 받는 입장에서는 차입금으로 계상한다.)
자, 어쨌든 이제 홈플러스테스코에 남은 현금은 2.2조원 수준이다. 아직 인수하지 않은 회사가 하나 남았다. 그렇다. 우리의 최종 목표 홈플러스다. 홈플러스의 최대주주는 모두가 알다시피 테스코로 MBK에 인수대금 7.2조원을 부른 바 있다. 어쩌나. 가진 현금은 2.2조원이 전부인데, 홈플러스테스코를 통해 홈플러스를 인수하기엔 약 5조원의 현금이 모자란다.
LBO의 서막이 시작된다. 홈플러스테스코는 홈플러스베이커리로부터 내려온 현금 2.2조원에 더해 3조원의 신규차입을 일으킨다. 2.7조원은 MBK의 SPC등이 보유한 지분을 담보로 받은 인수금융, 0.7조원은 부동산 담보신탁으로 일으킨 차입이었다. 차주의 명의는 당연히 홈플러스테스코다.
이렇게 홈플러스테스코에는 5.2조원의 현금이 집결한다.
자, 이제 진짜 거래를 하러 갈 시간이다.
[3단계] : 홈플러스테스코의 홈플러스 인수
MBK는 테스코에게 "야, 홈플러스 지분 100% 줘라. 일단 5.2조원 먼저 받아." 를 외친다. 테스코가 직접 5.2조원의 현금을 일단 받는다. 즉, 홈플러스테스코가 홈플러스의 지분 100%를 인수하는데 실제로 지불한 금액은 약 5.2조원이었다. 언론상에는 5.4조원이라고 알려져 있기도 한데, 이는 어디까지나 대금 지급방식에서 따른 환율차이에서 오는 오해일 게다. MBK는 정확히 인수대금으로 원화 1.3조원과 미화 36억 달러를 지불했기 때문이다. 내가 5.2조원이라고 말하는 근거는 홈플러스테스코가 홈플러스를 인수하는데 실제로 지급한 원화 기준 "현금"이다. 감사보고서에서 누구나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자, 드디어 홈플러스의 지분 100%를 손에 넣었다. 근데 어쩐지 찜찜하다. 분명히 테스코는 7.2조원을 요구했는데? 헷갈리실 분들을 위해 중간 정산 하고 넘어가자.
지금까지 테스코로 직접 유입된 현금은 얼마일까?
홈플러스 매각 대금 5.2조원+홈플러스테스코 매각대금 약 8천억원이다. 자꾸 언론에서는 이 8천억을 빼먹고 외부 차입을 했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 (인수대금 7.2조원에서 쉽게 눈에 보이는 금액인 출자전환 2.2조원만 차감해서 역산해서 보도하는 듯.) 헷갈리지 말자. 지금까지 테스코가 MBK로부터 정산 받은 금액은 약 6조원이다. 그렇다면 테스코는 1.2조원을 추가로 in my pocket 해야 거래는 종결된다. 1.2조원을 MBK가 어떻게 만들어 냈을까?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지급할까?
일단 홈플러스가 보유한 부동산을 담보신탁 하며 신규 차입 약 1.2조원을 일으킨다. 그리고 아래의 그림과 같이 1.4조원을 상환처리 한다.
이게 무슨 상관이 있냐고?
큰 상관이 있다. 회사채로 표기되어 있지만, 이 1.4조원은 테스코의 관계사인 Cheshunt Overseas LLP의 대여금이다.
즉, MBK는 홈플러스의 부동산을 담보로 차입한 1.2조원을 재원으로, 테스코에 1.4조원을 추가로 흘려줬다.
이제 최종적으로 다시 계산 해보자.
이로써 테스코의 in my pocket 된 대금은 얼마인가.
지금까지 중간 정산 했던 6조원+대여금 상환 1.4조원으로,
총 7.4조원이다.
모 언론에서는 소설을 쓰시길, 테스코에게 잔여 대금이 배당금 형태로 지급 되며 자본총계가 줄어 들 것을 염려해 MBK가 2.2조원의 유상증자로 방어하는 전략을 사용 했다고 하는데, 직접 확인 한 바로는 어디까지나 전.혀. 사실이 아니다. 홈플러스는 테스코에게 배당을 한 적이 없고(일단 1.4조원의 규모 자체가 배당으로 유출 된 적이 없다는 뜻), MBK가 유상증자를 한 법인은 홈.플.러.스.가. 아.니.라. 홈플러스의 최대주주인 홈플러스테스코였음을 상기하자. 정말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라는 차원에서 소설이라는 과격한 표현을 사용했다. No offense!
어쨌든 테스코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본인들이 필요한 현금 7.4조원(원화기준)을 회수했다. 그리고 떠났다.
3단계에 걸쳐 나눠 설명하느라 지면을 낭비하긴 했지만, 놀라지 마시라. 이 모든 거래는 2015년 10월 22일 단, 하루만에 진행 됐다. 더불어 홈플러스베이커리는 홈플러스홀딩스로, 홈플러스테스코는 홈플러스스토어즈로 사명을 변경하기까지 한다.
이제 우리가 본격적으로 해결해야 할 질문들이 남아있다. 지금은 어디까지나 빌드업이다.
Q. MBK는 홈플러스를 바로 인수하면 될 것을 왜 이러한 복잡한 인수 구조를 택했을까?
Q. 테스코는 왜 잔여대금 1.4조원을 회사채 상환이라는 구조를 사용해서 수령했을까?
Q. 그래서 대체 홈플러스로부터 MBK에 흘러간 돈은 얼마란 말인가?
Q. 지금 상황에서 MBK가 사용할 수 있는 전략은 과연 무엇일까?
그렇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