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보는 디벨로퍼] DS네트웍스, 대규모 대손과의 싸움
뭔가 허전하다 했다. 드디어 이유를 찾았다. 그동안 적지 않은 국내 디벨로퍼의 역사를 살펴봤는데, 내가 감히 디에스네트웍스의 히스토리 포스팅을 하지 않았더랬다. 깊이 반성한다. 국내 3대 디벨로퍼 중 하나인 디에스네트웍스를 누락했다니. 2024년 실적을 리뷰하며 조금 더 정성을 들여(?) 디에스네트웍스의 발자취를 살펴 보도록 하자.

1981년 디에스네트웍스의 모태인 대승실업이 설립된다. 투가리스라는 브랜드의 고급 손목시계를 제조하던 회사다. 정재환 회장의 선친께서 일구신 사업이다. 갑작스런 선친의 타계와 맞물려 정재환 회장은 역삼동 주유소 개발에 발을 들인다. 업종도 본격 전환한다. 그 때가 바야흐로 1990년대 초반이다. 더이상 제조업이 아닌 부동산 디벨로퍼로서의 첫 발을 딛는 시기다. 1000억원을 투입해 부산 해운대 신시가지에 대승프라자, 대승프라임, 대승코아 등의 근린상가 3개동을 준공하게 된다.
IMF가 끝나갈 무렵 부동산 시장이 움직이자, 정회장은 인천, 김해, 대구 등지에서 대우 드림월드를 연달아 분양한다. 긴긴 연혁을 적어 두었지만 봐야할 포인트, 즉 히스토리를 전반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숫자 전체를 짚어 보며 변곡점을 들여다 보는 게 상당히 도움이 된다. 따라서 아래의 장표와 함께 보도록 하자.

디에스네트웍스의 연혁을 정리하다 보면 다른 국내 디벨로퍼들과 비교해 사업반경이 꽤나 넓은 편이다. 그렇다고 창업주의 오랜 경영전략이라고 해석하기엔 무리가 있는 흐름이다. 이유는 특정 해에 의사결정 집중도가 상당히 높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디에스네트웍스의 자신감 충전 히스토리를 차트로 표현해 봤다.
드라이하게 말하자면 2017년 이전까지는 이렇다 할 두각을 나타대지 못할 곳간의 크기였다. 훌륭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라, 해당 시기에 "더" 훌륭한 업체들이 많았을 법한 때니까 말이다.
2016년 이후 창사 이래 처음 만져 보는 대규모의 자기자본을 계상하게 된다. 그리고 2017년 인천 루원시티 주복 1,2BL을 고가(?)입찰 받기 시작하며 디에스네트웍스자산운용을 설립하게 된다. 금융업 진출의 첫 발이었다. 연이어 승승장구다. 2019년에는 토러스증권을 인수하며 DS투자증권으로 사명을 바꿔 달기도 했다. 대우건설 등의 건설사 인수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인수 레버리지를 위해 상장 계획도 세워 본다. (대체 무슨 근거로 당시 선정됐던 주관사가 시총 1조를 불렀는지 모르겠다만, 국내 상장 시장에서는 실적의 fluctuation을 곱게 보지 않아 마음 먹은 밸류로 올라 올 턱이 없다. 이건 디에스네트웍스의 고유 이슈라기 보다는 분양이 매출의 대부분인 국내 디벨로퍼 모두에 해당 되는 얘기다.) 어쨌든 기흥, 송도, 구리, 영종도, 인덕원, 루원시티 등에서 승승장구 하며 자기자본은 차곡차곡 쌓여간다.
2021년은 디에스네트웍스 입장에서 가장 바쁜 한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릇 내가 내년에 벌 돈까지 계산해서 현재의 의사결정을 하기 마련인데, 22년 사상 최고의 실적을 찍게 되리라는 걸 이미 알았다는 듯 사업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물 들어 올 때 노를 젓겠다는 의지의 발현인 듯 하다. 내년에 들어올 성과급을 미리 계산해 차도 사고, 집도 사고, 평소에 생각했던 그림들을 실현해 나간다. 신기사인 디에스엔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하고, 평택,목포,화성병점,부산북항,제주화북,운정부지를 이 때 다 매입한다. 대부분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부지들이다.
또 의사결정 하나는 빠르다. 2년 전에 인수했던 DS투자증권을 DS자산운용(장덕수 회장의 DS임. 공교롭게도 이름이 같지만, 장덕수의 DS또한 여의도의 슈퍼스타 중 1인임)에 매각하게 된다. 증권사를 사서 단타 치는 케이스는 처음 본다. 어쨌든 갑자기 늘어난 신규 사업 덕에 한바탕 정리를 필요를 느꼈는지 디에스네트웍스를 인적분할 하게 된다. 디에스엔홀딩스가 금융 및 투자 부문을 담당하게 되는 신설 법인인데, 여기에 기존의 디에스앤파트너라는 법인까지 흡수합병 하게 된다.
2023년에는 금리인상 기조 인식의 여파였을까. 급격한 태세전환을 한다. 상반기에 희망퇴직을 시행하며 다운사이징에 돌입한다. 2022년 말 부산 메가마트 남천점 매각 딜에 대우건설과 컨소를 이뤄 우협 선정된 바 있으나, 바로 다음해인 2023년 우협 지위를 반납한다. 2019년 고가 낙찰을 받았던 인천 루원시티 중심상업용지 3,4BL 또한 결국 반납하기에 이른다. 루원시티 주복용지 1,2,5,6BL까지는 순항하는 듯 했으나, 지자체의 미흡한 행정의 여파로 학교용지 이슈를 해결하지 못하고 현재도 소송중에 있다. 디에스네트웍스 입장에서 자잘한 부지에 속하는 부산 온천동, 괘법동 주복 부지와 성신여대 입구 인근의 부지도 매물로 내놓게 된다. 부산 부지는 현재도 매각이 이뤄지지 않았다. DS네트웍스자산운용과 DSN인베스트먼트도 매물로 내놓게 된 것도 2023년이다. 그야말로 한 순간에, 얼마 되지도 않아서 다 내다파는 형국이다.
2024년에는 운용사와 신기사의 매각딜이 마무리 된다. DS산업개발의 건설업 면허를 반납한 것도 작년이다. 시공 내재화에 대한 열망으로 시작했으나 여의치 않아 빠르게 구조조정 하는 결단을 보였다. 파주 운정 3지구, 제주 화북 상업지구, 화성 병점 지구의 토지를 손절한 것도 작년이다. 일산 백석동의 예탁결제원 부지 또한 매입한지 얼마 안되어 결국 매각했다. 2021년에 몰아치기로 매수했던 땅들이 결국 대규모의 대손비용으로 돌아오게 된 한 해다.

디에스네트웍스는 기흥역센트럴푸르지오(0.6조), 구리갈매푸르지오(0.4조),송도a4SKVIEW(1조)~송도센트럴더샵(1.3조,2017부터), 루원M5,6(0.9조), 영종도SKVIEW(0.4조), 인덕원포일센트럴(1조), 루원시티SK리더스뷰(1조), 덕은리버워크(0.2조), 가산동어반워크(0.3조), 평촌푸르지오(0.5조), 대구감삼(0.3조), 고양향동(0.4조), 송도럭스오션SKVIEW(1.1조), 길동Skview(0.5조)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
현재 기준 의정부 주복 부지는 팔고 싶으나 매각이 안되는 듯 보이고, 디에스입장에서 그나마 자잘하지 않은 부지는 목포유달부지 정도다. 서울 용산에 이지스와 역세권 청년주택(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리츠를 설립하여 현재 건설중에 있다. 송도는 거의 분양이 완료된 상태고, 올해 추가 매출 인식 될 금액은 대략 2270억원 정도로 예상된다. 길동 SK 주복도 다행히 분양률이 작년 연말기준 80%대 까지 올라왔고, 올해도 잔여 물량 소진이 이뤄진다면 공사 진행에 따라 순차적으로 잡을 수 있는 매출 규모는 대략 3200억원 가량이 남아 있다.
문제는 대구 감삼 주복과, 고양 향동 지산 사업장인데 여기서 반전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올해는 그야말로 암흑기를 보내야 하는 운명이다. 더구나 급격한 태세 전환으로 대손처리가 끝나지 않은 사업장들도 있어 더욱 암울하다. 디에스엔홀딩스가 보유하고 있던 금융 계열사는 전체 매각 됐고, 지분 출자를 했던 그린랩스는 23년 회생절차 들어갈 뻔 했으나 극적으로 주주간 합의가 이뤄지고, 작년에는 1000억 매출 달성하여 기사회생 국면으로 들어간 듯 보인다.
작년 한 해에만 디에스네트웍스 기준으로 용지관련 손실+대손상각비 합계갸 약 2200억원 수준에 달한다. 현재 각사 자본총계의 합계는 의미 있는 대손 처리 한 방이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숫자이긴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 걱정이 되지 않는 이유는 회장님께서 물려 받으신 개인 자산 규모가 작지 않기 때문인데, DS타워 또한 현재 담보신탁 되어 있는 걸로 추정되는데,라고 쓰면서 걱정해야 하는 수준인가?! 혼잣말 하면서..그래도 신탁원부까지 떼어 보긴 한살 더 먹으니 나도 귀찮다.
디에스네트웍스가 다른 디벨로퍼와 다른 점은 지배구조가 심플하고, 오너의 딴짓(?)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블로그에 쓸 수가 없어 그렇지 보다보면 오너들의 온갖 비위행위 흔적 발견하는 건 어렵지 않음. 국세청 고플 때 많음) 무릇 상장의 꿈이 일개 마케팅 수사학에 불과한 얘기는 아니기 때문일 거다. 할 수는 있으나,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애써 잘 삼가고 있는 듯한 행보랄까.
깔끔한 지배구조와 오너의 절제력, 국내 디벨로퍼가 건설사, 금융사를 M&A 하려는 시도와 실행이 이뤄진 것을 보면 오너 옆에 훌륭한 분들이 포진해 계신 (혹은 거쳐간)것을 짐작할 수 있다. 사실 누군가 보기에는 디에스네트웍스가 문어발식 확장을 하는가 싶겠지만, 실제로 상장을 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면 결코 부동산 개발업 하나만으로는 쉽지 않은 여정이다. 실적의 fluctuation을 완화 시키려는 전략이 필요한데, 이는 다른 사업 혹은 회사의 인수를 반드시 필요로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정재환 회장의 시도는 박수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방향성에는 공감하지만, 지극히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은, 1)단기간에 무거운 의사결정이 집중되었다는 점과 2)인수 후 사업이 안정화 되는 기간은 필수불가결한 요소인데, 무거운 의사결정을 너무 단기간에 뒤집어 엎었다는 점이다.
디에스네트웍스에는 훌륭한 임직원들이 계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너의 손바닥 뒤집듯 큰 결정이 이뤄진다는 것은 직원들이 부족해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했다고는 하시지만, 결국 오너의 눈치를 살펴야만 하는 의사결정 구조는 똑똑한 직원들의 역량을 십분 활용할 수 없게 한다. 아닌 것을 아니라고 말할 수 없는 구조 말이다. 상기에 인용한 장표는 디에스네트웍스의 극히 일부 숫자에 불과하다.
전체 계정을 10년치 넘게 펼쳐 두고 한땀 한땀 뜯다보면, 회사의 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다른 회사 대비 "체계가 부족"하다는 점이 강하게 느껴진다. 직원들이 훌륭하지 않은 게 아니다. 시스템이 없는 것도 아닐 터다. 그저 내 경험칙상 이런 경우는, 시스템이 있어도, 똑똑한 임직원들이 있어도 이 모든걸 한방에 뒤집을 수 있는 오너의 입김이 너무 강할 때 나타나는 숫자 패턴이다. 이럴 땐 오너의 판단력 하나가 회사의 명운을 좌지우지 한다. 다른 개발사들도 전부 오너가 의사결정 하는 건 매 한가지라고?
그렇다면 다시 고민해본다. 국내 디벨로퍼들 중 어느 회사의 오너가 가장 의사결정 능력이 뛰어날까? 디벨로퍼들의 숫자가 이를 대변하게 될텐데, 블로그에는 공개하지 않는 숫자들을 나름대로 내 방식대로 정리 중이다.
국내 시행업계 순위, 이런 건 하등 필요가 없다. 국내 디벨로퍼들의 지배구조가 한 회사의 매출액, 자본총계 등을 집계해서 파악 될만큼 깨끗한 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실질이다. 순위를 나열해도 실질을 반영한 숫자여야만 한다. 일단 디벨로퍼들의 실적이 계속 나오고 있으니, 마무리가 되어갈 즈음 대표 법인을 필두로 해서 국내 시행업계의 진정한 순위를 정리해 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