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희건설 이봉관 회장, 25년 가족가치 제고의 역사 (feat.사팔사팔/지주택/자사주)

조르바

이봉관 회장님이 다른 국내 부동산 디벨로퍼과 차이점이 있다면, 오랜 자본시장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2개의 상장사를 보유하고 있죠. 시총 3700억원 수준의 서희건설과 시총 880억원의 유성티엔에스가 그 주인공입니다.

1999년, 대한민국이 IMF 위기를 겪는 동안 자금 경색으로 기업들이 허우적 거리던 시기. 정부에서는 유례없이 자금조달 플랫폼으로써의 코스닥 상장 진입장벽을 낮춰줬죠. 이 때가 기회일까 싶었는지 이봉관 회장은 서희건설과 유성티엔에스를 동시에 상장시킵니다. 두 회사 모두 상당히 겸손할 사이즈를 보유하고 있을 시기였습니다.

포스트 기준 서희건설은 약 104억원 밸류에, 유성티엔에스는 약 225억원 밸류에 상장을 시키게 됩니다. 상장 당시만 해도 서희건설보다는 유성티엔에스가 상대적으로더 잘나가던 시기였습니다.

나와 내 주변 사람들만 지분을 가지고 있다가 상장을 해 일반주주들에게 자금을 받게 되면, 내 지분율이 당연히 희석 되겠지요.

일단 상장을 하긴 했는데, 본인 지분이 희석되는게 못마땅 하셨나 봅니다. 상장 하자마자 두 회사 모두 내 지분율을 다시 높이기 위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시는데요. 이봉관 회장님의 사업 역사에서 일관된 흐름 하나를 굳이 꼽자면 "내 지분율 희석 못참아"입니다. 주주들에게 온갖 원성을 듣게 된 배경이죠.

서희건설의 경우 실적은 잘 나오는데, 주가는 늘 그자리에 있어 얼핏 보면 소위 "가치주"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워렌 버핏 옹이 교과서에서 말하는 "싼 주식"의 대표적인 사례죠.

그런데 말입니다.

주식이 싼데는 항상 이유가 있는 법이죠. 심지어 만년 저평가다? 그건 저평가가 아니라 구조적인 할인요소가 이미 내재되어 있다는 의미일 수 있는데요. (부동산 블로거이므로, 밸류에이션 관점의 수다는 생략합니다 ㅋㅋㅋ)

그게 뭘까요..?

서희건설의 오너리스크?

이봉관 회장님 계열사 30초 자기소개

서희건설은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이봉관 회장이 1980년대에 영대운수를 창업하여 94년 건설업으로 업종을 전환한 회사입니다. 교회, 기숙사, 학교 등의 특수건축을 시작으로 08년부터 지주택 사업으로 성장했죠.

유성티엔에스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북창동과 용산 삼각지에 땅을 가지고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회사입니다. 서희건설의 최대주주입니다. 본업 잘되길 기도하는 것보다 서희건설 주가 오르는게 유성티엔에스 실적에는 도움이 되오니 많은 기도 부탁 드리구요.

계열사들 중 앞,뒤 (주)가 붙은 회사들은 사업회사구요. (유)가 붙은 회사들은 사업회사인척 하지만 사실은 매출액 보다 당기순이익이 큰 (혹은 변동폭이 훨씬 큰) 회사 시리즈입니다. 당기순이익이 널뛴다는 의미가 뭐겠습니까. 영업이익 밑단에서 일사분란한 사건들이 생긴다는 의미입니다. 서희 계열사 입장에선 그게 뭘까요. 당연히 주식입니다. 또 무슨 주식이겠습니까? 우리 가족 회사 중에 상장회사가 2개나 있는데요? 서희건설과 유성티엔에스 주식을 골고루 들고 있는 회사들이죠.

또 서희건설 얘기가 회자 될 때 가장 많이 나오는 떡밥이 뭡니까. 복잡한 순환 출자 관계입니다. 서희건설의 최대주주는 유성티엔에스입니다. 유성티엔에스의 최대주주는 한일자산관리앤투자구요. 한일자산관리앤투자의 최대주주는 또 누구입니까? 서희건설입니다.

즉, 서희건설->한일자산관리앤투자->유성티엔에스->(또 다시) 서희건설로 이어지는 뫼비우스의 띄입니다. 다른 계열사들은 어떻고요? 기본적으로 상장사인 서희건설과 유성티엔에스 2개사의 지분은 거의 가지고 있습니다.

순환출자 구조는 오너 일가가 적은 자본으로도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구축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말이 좋아 안정적이지, (나쁜말 나쁜말) 지분관계를 얽히고설킨 상태로 두고 외부인이 개입할 의지를 꺾습니다. 불투명한 지배구조란 말이 됩니다. 허나 이게 서희건설만의 문제겠습니까? 윗 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겠거늘, 아직도 모 재벌 그룹사조차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지 못하고 있는걸요. 서희를 탓하는게 무슨 큰 의미가 있겠습니까..ㅎ

일단 기어는 중립에 두고(?) 이봉관 회장님이 어떤 발자취를 걸어 오셨는지 살펴봤습니다.

국내에서 시행업이 하나의 산업으로 시작된건 IMF 이후죠. 그때 당시에 성인의 나이로 사업을 시작하신 분들이 돈을 벌었다면 지금쯤 모두 "승계"를 고민할 시기가 됐습니다. 따라서 사람들이 관심있을 법한 자산 사이즈를 구축한 법인들을 볼 때면 "승계"라는 키워드가 결코 빠질 수가 없는데요.

내가 고생해서 수십년 벌어 둔 돈을 내 자식들에게 온전히 물려 주지 못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오너 일가들이 사실상 사업 자체보다 승계를 위한 의사결정에 에너지를 더 쏟을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본능을 억제하는 것이 아무리 지성의 영역이라지만, 입장 바꿔 생각해 나는 과연 그러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자문 하면 저 또한 자신이 없어집니다.

부모님의 자식사랑은 인지상정이거늘 어떻게 그 자체를 탓할 수가 있겠습니까. 문제는요.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자식사랑을 실천하는 경우가 되겠네요. 누군가의 기회를 빼앗고, 자식은 별 능력이 없는데 아빠 잘만나서 호의호식 하는 경우를 제재하고자 공정위가 열심히 노력하는데요. 이건 사실 내가 내 돈으로 내 자식 챙기겠다는 경우도 많아 인정에 기대어 볼멘 소리를 할 여지는 충분히 있을 수 있습니다. 차라리 없어서 자식한테 못해주는 것보다 줄 수 있는데 못 주는 경우가 더 안타깝지 않겠습니까.

반면, 남의 돈을 받아 사업을 하면서 타인의 직접적인 이익을 훼손하면서까지 자식사랑을 실천하는 경우는 상당히 안타까운 경우입니다. 상장사인 서희건설이 그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는데요.

이봉관 회장님은 자식농사 잘 지으셨기로 유명하시죠. 세 딸이 있습니다. 이은희, 이성희, 이도희씨죠. 세 딸은 앞으로 이름의 가운데 글자를 따서 "은성도"라고 통칭하겠습니다. 어쨌든 은성도 자매님들은 이대와 서울대 출신으로 남편분들 또한 법조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막내 따님인 이도희씨 또한 검사 출신이죠. 대한민국 건설업계에 이렇게 자식 농사를 잘 지으신 분이 또 계실까 싶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승계작업은 사실상 거의 완료 된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어느 딸에게 운전대를 맡기느냐의 문제는 남아 있습니다. 오너 일가는 한일자산관리앤투자와 유성티엔에스를 통해 서희건설의 안정적인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는데요. 심지어 은성도 자매는 각 상장사의 지분 또한 의미있게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럼 은성도 자매들은 대체 돈이 어디서 나서 상장사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었을까요?  몇 안되는 "상장" 중소형 건설사이기에 비상장 부동산 디벨로퍼들과는 다른 방법이 승계작업에 동원 됩니다.

지금부터는 다소 복잡한 얘기가 이어질 예정입니다. 우리의 이봉관 회장님은 다른 디벨로퍼들과 달리 상장사 오너로서, 자본시장을 아주 창의적(?)으로 활용하신 덕분입니다.

소형 상장사 오너의 특권 : 승계는 이렇게

1.주주배정 유상증자 :실권주 제3자배정으로 우리편 채우기

비상장일 때는 어차피 외부 자금 조달이 쉽지는 않습니다. 회사에 돈이 필요하면 주주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회사에 넣게 됩니다. 즉, 돈을 "주주들에게" (주주배정) 내라고 요청하게 되는 거죠.

상장을 하게 되면 보통 주식 분산 요건을 채우기 위해 불특정 다수들에게 자금을 모집합니다. 상장 당시 서희건설은 약 43억원, 유성티엔에스는 75억원을 얼굴 모르는 주주들에게 받았습니다. 돈을 받았으면 반대급부를 드려야죠. 지분을 드립니다. 당연히 내 지분율이 줄어듭니다.내 지분이 "희석" 된다고 표현합니다.

1999년 두 회사를 상장시키며 유성티엔에스의 경우 이봉관 회장님과 장인어른 그리고 오래 함께했던 임원분의 합산 지분율은 22%까지 줄어들게 됩니다. 서희건설은 그나마 다행인데요. 회장님과 사모님, 장인어른, 기타 계열사와 임원의 합산 지분율은 약 43%정도였습니다.

아니, 내가 창업하고 일군 회산데 내 지분율이 확 줄어 버리게 됩니다. 고민은 길지 않습니다. 바로 액션에 들어갑니다. 상장하고 1년이 채 되지 않아 서희건설과 유성티엔에스는 내 지분 되찾기 운동에 돌입하는데요. 둘 다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실행합니다.

보통 기업들이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유상증자의 경우 크게 4가지로 요약됩니다. 일반공모,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주주배정, 제3자배정 유상증자인데요. 일반공모는 말 그대로 불특정 다수에게 돈을 달라고 요청합니다. 제3자배정은 돈 줄 사람을 지정해 자금을 수혈합니다.

남은게 2개네요. 모두 "주주배정"이라는 말이 들어갑니다. 일단 기존 주주들에게 돈을 각출하라고 요구하며, 돈 내고 지분 받을 "권리"를 줍니다. 주주들 중에 돈을 더 낼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러지 못한 경우도 생기겠죠? 내가 돈을 낼 생각이 없다면 새롭게 지분을 받을 "권리"를 누군가에게 팔 수 있습니다. 보통 새롭게 돈내고 지분을 받을 권리를 "신주인수권"이라고 합니다. 이 "신주인수권" 처리 방식에 따라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주주배정 유상증자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서희는 어떤 카드를 들었습니까?

네, 두 상장사 모두 "주주배정" 유상증자만 한답니다. 그렇다면 기존 주주들 중 일부가 포기한 "신주인수권"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의 경우 신주인수권은 일주일정도 상장을 시켜주고, 불특정다수도 신주인수권을 매수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또 얼굴 모르는 주주가 늘어날 수 있겠죠? 그러니 이봉관 회장님은 신주인수권을 이사회결의(라고 쓰고 가족회의)에 따라 제3자에게 매각을 하는 방식을 택하게 됩니다.

애초에 회장님은 뭐라구요? 내 지분 되찾기 운동을 하신다고요, 시작부터. 그러니 기존 주주가 포기한 신주인수권은 땡큐를 외친 다음 내 편들에게 살 수 있는 기회를 주는겁니다.

그렇다면 기존 주주명부에 있던 회장님과 장인어른, 임원분도 지분율 희석 방지를 위해 신주 청약을 해야하잖아요? 신주대금을 납입할 돈이 필요하게 됩니다.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각자가 보유한 개인 명의의 부동산을 유성티엔에스로 넘깁니다. 그렇다면 회사로부터 나에게 현금이 들어오겠죠? 그 돈으로 회사의 신주를 인수(청약)합니다. 최대주주분들이 자금을 마련해서 유상증자에 참여하니, 참 좋은 회사구나 하는 생각도 잠시! 최대주주가 보유 주식 일부를 장내 매도 해 버리는 예술혼을 바로 보여주십니다. (조리둥절...옛날 코스닥 시장이 얼마나 x판이었는지 덕분에 배웁니다.) 어쨌든 회장님도 돈이 없던 시절이 있었을테니 웃으며 그냥 넘어가겠습니다.

자사주신탁계약을 체결해 자사주를 모으기 시작한 것도 같은 해인 2000년부터입니다. 내 회사의 주식을 회사돈으로 사면 자기주식인데요. 의결권이 없습니다. 경영권을 유지하는 보조수단으로 활용됩니다. 이 자사주는 또 무슨 돈으로 삽니까? (주주들한테 돈 받아서 삽니다....)

유증 받아 돈을 벌어 본 느낌이 괜찮으셨는지, 2001년부터 주식 본능이 깨어납니다. 서희건설이 유성티엔에스 주식을 장내 매수해 지분율을 8.13%로 끌어 올립니다. 회장님도 보태시는데요. 소량을 장내에서 다시 매수합니다.

이봉관 회장님에게 2003년은 뜻 깊은 한해 입니다. 주식 머리를 올리셨는데요. 내 회사 주식만 사다가 처음으로 서희건설과 유성티엔에스 법인 자금으로 삼성전자와 친정 포스코 주식을 매매합니다. 처음이라 소소한 금액으로만 경험하십니다. 삼성전자 1.77억원어치 매수하시고 얼마 있지 않아 2.17억원에 매도 하시며 주식의 기쁨을 배우십니다. 회장님도 소소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사모님의 서희건설 지분이 은성도 자매에게 넘어가며 서희건설 주주명부에 처음 등장한 듯 보입니다. 2003년입니다. 아버지께 주식의 참맛을 전수받은 탓일까요. 1년 뒤에 장내에서 전량 매도를 하며 수익을 시현합니다. 매도 했다고 뭐라 하지 맙시다. 돈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왜 돈이 필요할까요?  "또"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서희건설이 하는데 기존 주주들이 포기한 "신주인수권" 즉, 실권주를 은성도자매에게 아버지께서 배분해 주셨기 때문입니다. 즉, 신주 청약할 권리를 주셨으니 돈을 넣어야 합니다.

서희건설과 유성티엔에스 공시 전체보기를 해보신 분들은 아실텐데요. 뭔놈의 지분공시가 이렇게 많은지 혀를 내두를 정도입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경영권 분쟁이라도 났는 줄 알겠습니다. 이유를 요약하면, 우리의 오너 일가와 계열사들이 사고 팔고 사고 팔고(전문용어?로 사팔사팔이라고 하죠?)를 반복하기 때문입니다.

왜 사팔사팔 작업이 필요합니까? ㅋㅋ주식의 기본은 오르면 팔고 빠지면 삽니다. 그렇다면 오너 일가는 애초에 지분을 확보하며 경영권을 유지해야 할텐데 왜 자꾸 팝니까? 어차피 비쌀 때 팔고 차익 실현해 두면 아버지께서 주주배정 증자 및 실권주 제 3자배정으로 더 싼 가격에 내 물량을 챙겨주실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이 말인 즉슨, 사팔사팔을 반복하면 점점 더 많은 수량의 주식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상장사이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가령, 회장님이 소소했던 시절 특정해의 유증에서 은성도 자매는 500원에 신주를 청약 받은 뒤 전량을 1600원에 매도해서 단기간에 2-3배의 수익을 올립니다. (한번이 아닙니다) 자녀분들의 증빙 가능한 소득이 되겠네요..ㅋ갑자기 내 돈이 불어 났으니 주가가 비슷한 레벨에 있다면 더 많은 수량을 매수할 수 있는 재원이 되겠죠? 유상증자 공시 1-3개월 전 지분관련 공시가 많은 이유로 보입니다.

한편 의문이 드는 지점이 하나 있습니다. 3인칭 관찰자 시점에서...간간이 자매님들이 이사회결의일 기준으로 사전에 "비슷한 시기에" 움직이는 매매 패턴이 포착되는데... 뭐...순전히 제 기분 탓이겠지요?

어쨌든 회장님은 일관되게 상장 초기부터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활용하되 개인 주주들이 실권을 낸 신주인수권을 "내가 주고 싶은사람을 특정해서" 부여합니다. 대부분이 은성도 자매님들과 계열사들이 되겠죠. 어차피 한번만 유상증자를 하신게 아니기 때문에 주식 매매를 통해 돈도 벌고 지분도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방법은 얼굴 모르는 기존 주주들 중에도 청약을 들어오는 경우가 생기므로, 온전히 내 식구들만 챙겨 “가족가치 제고”에는 한계가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2. CB, BW 활용하기 : 셀프파이낸싱+리픽싱->주식수 극대화

주주배정 유상증자만 초기에 활용하다 드디어 회장님은 CB, BW 카드를 활용하기 시작합니다. CB는 Convertible Bond의 약자로, 전환사채를 의미합니다. 1년 동안은 채권의 형태를 유지합니다. 1년이 지나면, 사전에 증권의 발행 및 공시에 관한 규정에 따라 약정한 가격에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1억원어치의 CB를 인수하되, 전환가격이 10,000원 이라고 가정합시다. 1년 뒤에 주가가 13,000원입니다. 전환가격이 10,000원이니 내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하면 저는 주당 3,000원의 이익을 볼 수 있게 됩니다. 주식을 10,000원에 살 수 있는 권리일 뿐입니다. 당연히 10,000원은 내야겠지요? 어떻게 하면 될까요? 네, 내 채권과 상계하면 됩니다. 즉,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하게 되면 채권자로서의 권리는 사라지게 됩니다. 반대로, 내 채권을 회사로부터 상환받게 된다면, 주식으로 전환할 권리가 사라지게 되고요.

반면, BW는 Bond with Warrant의 약자로,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의미합니다. CB와 기본 원리는 동일합니다. 1년간 채권의 형태로 존재하다 1년 뒤에 사전에 약정한 행사가액으로 주식을 인수할 수 있습니다. CB와는 어마어마한 차이점이 있는데요. CB는 채권을 상환받으면 전환권이 소멸되지만, BW는 전환권이 소멸되지 않습니다.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인데요. 채권과 권리를 의미하는 워런트가 독립적으로 존재합니다. 그러니 채권을 상환 받아도 워런트 증서는 남아있게 됩니다. 두개의 권리가 분리되어 있으니, 각각 매매도 가능한 금융 상품입니다. 다만, 2010년대 중반에 상장사 오너들의 편법 증여 수단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아 상장사에 한해/사모발행에 한해 금지되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집니다.

보통 상장사들이 사이즈가 크면 회사채를 활용하는 등 자금조달 운신의 폭이 넓은 편입니다. 상장사라고 어찌 큰 회사들만 존재하겠습니까. 신용등급 자체를 받을 일 없는 귀요미 회사들도 존재합니다. 작은 회사들이 오히려 돈이 더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이 시장에서 돈을 조달할 때 주로 CB와 BW라는 카드를 많이 활용 합(했)니다. 사모로 발행할 경우 무등급채권으로도 채권발행이 가능해서 손쉽게 이용합니다. 돈 줄 분들만 잘 모으면 됩니다. 다행히 원금을 상환받을 수 있는 채권과 주가가 올랐을 때 자본차익을 시현할 수 있는 상품이기에 나름대로 돈은 잘 모입니다.

우리의 회장님은 조금 더 창의적으로 접근하십니다. 주로 "남들에게" 돈을 조달하는 수단인 CB와 BW를 당신 자신과 일가족 및 계열사들에게 발행하는 방법입니다. (최대주주 일가가 인수해서 괜찮다고 스스로 위로하는 분들..그러지 마세요. 회사에 진짜 돈 필요한게 이유라면 주주가치 훼손 시키지 않고, 계열사끼리 그냥 서로 인정이자 주고 받고 빌려주는 방법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봅시다. 서희건설 혹은 유성티엔에스가 운영자금이 필요하답니다. CB 혹은 BW를 발행합니다. 인수자는 이봉관 회장님의 특수관계인입니다. 회장님 입장에서는 어떤 이점이 있을까요?

사모방식으로 발행하기에 사전에 채권을 받아갈 사람을 정할 수 있습니다. 추후 채권이 주식으로 전환되어도 그 주주는 내가 아는 사람이고 심지어는 우리편입니다. 또한 채권의 형태를 가지고 있는 동안은 이자를 줍니다. 내가 원하는 사람에게 차등 배당을 하는 효과가 생깁니다. 이봉관 회장님은 표면이자율 보통 5% 정도를 설정하셨습니다. 즉, 내 식구들에게 연 5%는 챙겨 줄 수 있는 구조가 나옵니다.

가장 핵심적인 요소가 있습니다. 바로 CB와 BW 상품에 내재된 Refixing(리픽싱)이라는 장치입니다. 최초의 전환가격(or 행사가격)을 정하지만, 상장사의 주가는 위 아래로 늘 움직입니다. 주가가 하락할 경우 특정 조건에 맞게 사전에 정한 방식으로(증발공) 나의 전환가격을 하향 조정 해주게 됩니다.

즉, 주가가 빠질수록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받게 되는 주식 수량이 증가하게 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상법상 리픽싱 한도는 액면가까지 조정 가능하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70% 수준을 관행처럼 설정 해왔습니다. 즉, 너희의 행사가액을 주가 하락 변동분에 맞춰 조정은 해주겠지만 최대치는 기존 행사가액의 70%까지만이다?라는 얘기죠.

자, 여기서 한단계 더 나아가 봅니다.

기존 주주를 혹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증자는 기준주가(산정로직이 있음)에서 최대 30%를 할인한 금액으로 신주를 인수할 수 있는 가격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cf. 제3자배정은 10%가 최대)  즉, 지금 기준주가가 1000원이라고 가정한다면, 유상증자 참여하는 사람들은 700원에 인수할 수 있어~라는 말입니다. 다만, 이 할인율은 어디까지나 최대 폭일 뿐입니다. 이봉관 회장님은 주주배정 유상증자 시에 20%의 할인율을 주로 적용 하셨는데요.

CB와 BW는 내가 받아갈 사람을 사전에 특정하며 제어할 수도 있고, 주가가 하락함에 따라 자동으로 전환가액이 30% 까지 하향 조정될 여지도 있어 수량 늘리기에도 안성맞춤입니다. 진짜로 30%가 끝일까요?????

또 다른 규정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CB 혹은 BW를 받아간 사람이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동안 시가를 하회하는 가격으로 회사가 유상증자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회사가 돈 필요해서 외부에서 자금 조달을 하는데 막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나보다 더 싼 가격에 지분을 확보하는 꼴도 보기 싫습니다. 이러한 경우에는 시가하향에 따른 전환가액 조정장치인 리픽싱과 별도로 나의 전환가액을 하향 조정할 수가 있는데요.

우리의 회장님은 어땠습니까? ㅎ

네, CB도 발행하고 중간중간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계속하셨죠. 근데 그 CB 누가 들고 있다고요? 내 식구들이 들고 있습니다. 물론 유상증자 물량 대부분도 내 식구들이 챙겨가는데요. 극강의 시너지가 발휘됩니다. 내 식구를 위한 유상증자 덕분에 나의 CB 전환가액도 더 낮아질 개연성이 생겨납니다. 시가 하향 조정에 따른 리픽싱은 별도로요! 합치면 70% 아래까지 전환가액이 조정되는 경우도 생기죠.

뿐만 아니라, CB와 BW를 발행할지 말지는 누가 결정합니까? 회장님이 결정하죠? 시기는 누가 결정합니까? 이것도 회장님이 결정하시겠죠? 그 말인 즉슨, 주가 수준에 따라 내가 발행 시기를 조절할 수 있다는 말이 됩니다. 잘 생각해 봅시다. 내가 회사의 오너라면, 주가 레벨이 높을 때 증자/CB/BW를 발행하는 게 좋을까요? 아니면 주가 레벨이 낮을 때 발행하는게 좋을까요?

보통은 "남들에게" 돈을 주십사 상장사들이 요청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렇다면 내 지분이 최소한으로 희석되기 위해서는 전환가액 혹은 행사가액을 높여야 수량을 덜 줄수 있게 되겠죠? 따라서 내 회사의 주가가 높은 레벨에 있을 때 증자/CB/BW를 고민하는게 인지상정입니다. (그게 아니라면, 회사가 막다른 골목에 진입했을 가능성...ㅂㄷ)

반면, 회장님은 어떻습니까?

진짜 회사에 돈이 필요해서 증자/CB/BW를 발행합니까? (나와 우리가족의 지분율을 높이기 위해 발행 하시는게 아닐까요? 어차피 나와 내 일가족이 회사에 돈을 넣는데, 진짜 회사가 돈이 없는게 이유라면 그냥 계열사끼리 인정이자 주고 받고 돈 빌려 주고 특관인 거래내역 주석공시 열심히 하면 된다니까요??!!! 굳이 기존 주주들의 가치를 훼손시켜가면서 회사에 돈 넣어줄 필요까지 있습니까?) 그렇다면, 주가 레벨이 높을 때 발행을 해야 할까요, 낮을 때 발행 해야 할까요? 네, 낮은 레벨에 있을 때 발행을 하는게 좋겠죠. 그래야 기본적으로 확보 가능한 주식 수량이 나오고, 발행 시점보다 주가가 더 하락한다 해도 "리픽싱"이 있으니 더 낮게 전환가액이 조정됩니다.

유증/CB/BW 자체는 아무리 주가가 높은 레벨에 있을 때 발행한다 할지라도 주주들에게 기본적으로 욕을 먹는 장치입니다. 이유는 기존 주식이 유통되는 개념이 아니라 "신주"가 발행되는 구조의 상품이기 때문입니다. 밥은 4인분만 차려진 밥상인데, 아빠가 자꾸 자리 추가해서 같이 먹으랍니다. 기분이 좋겠습니까, 싫겠습니까. 내 밥량이 줄어드는 밥알 희석효과입니다.

근데 우리 이봉관 회장님은 주주들이 극혐하는 3종세트를 본인들을 위해 십수년간 해 오셨습니다. 오너 일가의 지배력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라고밖에 볼 수 없는 대목입니다. 유성티엔에스가 최대주주로서 서희건설의 지분율을 압도적으로 높이게 된 계기, 한일자산관리앤투자가 유성티엔에스의 지배력을 확보하게 된 계기각각 단 3개 회차에 걸친 CB가 혁혁한 공을 세웠습니다.

서희건설의 경우, 2014~2018년까지 3차례에 걸쳐 발행한 CB를 통해 약 6900만주의 신주가 특수관계인들에게 돌아가며 지배력을 높였고요. 유성티엔에스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2015년~2020년까지 발행한 CB 3차례를 통해 신주 1400만주 가량을 특수관계인이 인수하게 됩니다. 기존 주주들의 밥그릇을 대차게 빼앗은 격이지요.

외부 눈치가 보여서일까요. 공시상에는 특정 금융기관이 받아갔다고 기재되어 있지만, 결국 금융기관이 받아간 것처럼 "보이는" CB 물량 또한 지금의 한일자산관리앤투자시차를 두고 받아간 경우도 있습니다. 외부인도 일부 섞인것 보이나 알고보면 집안 잔치였던 셈인거죠.

이 뿐만이 아닙니다. 특정해에 발행된 CB는 특수관계인들이 마찬가지로 인수한 뒤 주식 전환을 노리고 있었는데요. 리픽싱 70%가 다 반영된 전환가액과는 달리 속도 모르고 계속 빠지는 주가 때문에 차마 주식으로 전환하지 못하고 전환 가능 기간이 도래합니다.

이럴 때 회장님은 어떻게 할까요?

네, 낮아진 지금 주가 레벨에서 새롭게 CB를 발행합니다. 자금 사용 목적은 "이전 (내가 물린_OTM) CB 차환"입니다. 덕분에 기존 CB 물량을 보유하며 예정된 전환가능 주식수량보다 신규 CB 발행으로 전환가능 주식수가 21.4% 증가하는 효과마저 누리셨습니다. 내 원금은 손해보지 않고요^^;;; 물론 추후 발행된 CB는 전량 주식으로 전환하셨고요. 모두가 아는 바와 같이 유성티엔에스의 최대주주는 한일자산관리앤투자입니다^^;;

백번 양보해서 서희건설과 유성티엔에스가 진짜 돈이 필요해서 CB를 발행할 수도 있었겠죠. 항상 자금조달 목적에 "재무구조 개선" 혹은 "운영자금" 등의 이유를 내세웁니다. 선현들이 말씀하시길 사람의 "말"을 믿지 말고 "행동"을 보라고 하셨드랬습니다. 그래서 진짜 목적이 뭔지 선입견 없이 들여다 보다 발견한...

서희건설이 특정 연도에 CB를 발행합니다. 재무구조를 개선한답니다. 인수자는 유성티엔에스입니다. X억원을 유성티엔에스가 서희건설에 준다는 얘깁니다. 네, 좋습니다. 서희건설이 힘들 때 계열사인 유성티엔에스가 지원사격을 해줄 수 있죠. 백번 양보하고 생각하기로 했죠.그러니 문제가 되지 않는걸로 칩시다.

그런데 말입니다.

같은 시기 유성티엔에스도 CB 발행 공시를 냅니다. 인수자는 서희건설이랍니다. 서희건설에서 유성티엔에스에 같은 금액인 X억원을 빌려준다는 얘기입니다만? 이 그림 이해되시나요? 서희건설이 돈이 필요해 유성티엔에스가 서희건설을 지원사격 해주는데, 서희건설 지원사격 자금을 서희건설이 유성티엔에수에 대준다는 얘깁니다. (이런 걸 재무구조 개선이라고 합니까 혹시? 저만 몰랐습니까?)

이게 대체 무슨 경우인가요?

상당히 선을 넘는 케이습니다. 경제적 실질은 전혀 변하는 게 없기 때문인데요. CB만 서로 교차해서 보유하며 상호간의 지분율을 증가시킬 권리만 온전히 보유하는 셈일 뿐입니다. 그렇게 힘들면, 현금 바터 칠 생각 하지말고 본인들이 들고 있는 돈으로 각자 알아서 하면 되는거 아닙니까?

본인들도 아, 이건 너무 선 넘었나? 하고 의식했는가 봅니다. 결국 둘 다 CB를 발행하고 이후에 각자 CB를 상환했습니다. 이 또한 현금 기준 경제적 실질은 변화가 없습니다. 다만, 신주가 발행될 뻔한 불상사를 막았다는 점에서 주주입장에서는 다행입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CB는 상환을 하게 되면 전환권리가 사라지게 되니까요.

이런 패턴을 보고 있노라면, 서희건설의 “재무구조 개선”, “운영자금 조달 목적” 이라는 선언엔 실소를 참을 수가 없네요.

또 재미있는 케이스는 BW인데요. 기관을 대상으로 BW를 간만에 발행합니다. 기관이 애초에 인수한 W(워런트)중 50%를 이봉관 회장의 계열사 중 하나가 인수합니다. 프리미엄은 7.5%에 거래됐는데요. 이 말은, 계열사가 워런트를 인수할 때 바로 신주대금 100%를 주지 않고, 권면금액의 프리미엄만 주고 가져올 수 있다는 말입니다. 즉, 계열사는 약 13배짜리 레버리지를 사용해 잠재보유 주식수를 늘릴 수 있다는 말이 됩니다. 이게 BW가 CB와는 구별되는 혁신입니다. 오너 일가들이 P만 지불하고도 주식을 잠재보유함으로써 경영권을 방어/유지할 수 있으니까요.

아, 워런트 받아간 계열사 어떻게 됐냐고요?

리픽싱 겁나게 잘 먹이고 주식 전환 한 뒤에 (이 물량 전환하자마자 지분율이 0%에서 6% 넘게 올라 왔었음ㅋ) 전량 매도해서 차익을 실현했습니다. 너무 열받지 맙시다. 그저 잘 먹고 판 돈으로 주식 수량을 늘리기 위해 레디하는 미래의 가용자금일 뿐입니다. 누가 내 돈으로 지분 인수 합니까? 주식으로 돈 벌어서 사야지요. 이게 바로 상장사의 묘미가 아니겠습니까?!

3. 공격적인 장내 매수 & 자사주 활용하기 : 2020년 이후의 기조 전환

이건 그나마 낫습니다. 기존 주주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오너 일가가 내 주식을 사 주신답니다. 이봉관 회장님을 비롯해 오너일가 및 계열사들은 수시로 장내매수를 진행합니다. 오해하지 마십시오. 매수만 하는게 아닙니다. 주가 좀 오르면 나름대로 차익실현을 열심히 하시며 돈도 법니다. 사팔사팔 행동강령을 잘 준수하십니다.

무작정 매수하는 건 아닙니다. 좋아하시는 주가 레벨이 있는 걸로 추정됩니다. 주가 흐름은 매일 보는 사람이 잘 압니다. 일가분들이 매일 보시겠지요. 오르면 팔고, 판 돈으로 주가가 떨어지면 더 많은 수량을 삽니다. 주주들도 사람입니다. 무한정 돈이 샘 솟질 않습니다. 내부정보를 활용해 매매를 하는 게 아니라면, 뭔들 이즈 문제겠냐만, 오너 일가들이 지분공시 수시로 내면서 들락날락 하는걸 좋게 볼 "다른" 주주들은 많지 않습니다.

이럴 땐 확실하게 조지면 됩니다. 그냥 "다른" 주주들을 계속해서 없애면 되니까요. 계속 매수하면 되겠습니다. 물량을 확 잠궈 버려야죠. 싸게 잘 사놨는데 팔 수도 없을 땐 또 다른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자사주입니다. 많은 분들이 알고 있다시피, 자사주는 의결권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의결권 달린 유통주식수를 줄이며, 경영권을 방어하는 보조 수단으로 널리 활용됩니다. 서희건설과 유성티엔에스는 상장 이듬해부터 자사주를 매입해 왔습니다. (당연히 주주들 돈으로요)  명분은 주주가치 제고입니다. 자사주만 놓고보면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봉관 회장의 일가가 20년 넘게 보여온 행보를 보면 고개를 갸우뚱 거릴 수밖에 없습니다. 애초에 주주가치 제고를 생각하시는 양반들이라면 유증/CB 폭탄을 던지지도 않았을테니 말입니다.

25년 반기 기준, 서희건설은 19.3%, 유성티엔에스는 9.9%의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유증과 CB 발행이 잠정 중단된 2020년 이후로 공격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한 결과입니다.

이봉관 회장의 CB 발행은 2020년이 마지막입니다. 이왕 이렇게 된거 그냥 계속 CB 발행해서 오너 일가의 지배력을 확보하면 되는데 왜 멈췄을까요? 갑자기 재무구조 개선할 일이 사라졌나요? 운영자금이 갑자기 필요해지지 않았나요?

전환점이 왜 생겼을까 고민해 보자면요.

2021년 말부터 CB의 리픽싱 조항의 이점을 활용할 수 없게 되는 외부 환경이 조성됩니다. 금융당국 가라사대, 시가 하향 조정에 따른 리픽싱 조항을 삽입할거라면, 시가 상향 조정에 따른 "업픽싱" 조항도 함께 넣으세요, 라는 의무조항이 때문입니다. 자금조달이 목적이 아니라 지분율 확보를 위해서 CB를 발행하는 게 목적이라면 굳이 CB 발행을 계속할 매력이 없어지는 셈이죠. 소위 말해서 전환가능 기간이 끝날 때까지 옵션 외가격(OTM ; out of the money, 라고 쓰고 "나 물렸음"이라고 읽음)이 계속된다면 서희 입장에서 차환 발행만 계속 하게 될 위험이 존재하겠죠. 그냥 기간 분산해서 장내 내입하는게 차라리 나을지도 모르는 선택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요새 핫한 키워드인 애플이엔씨(의 실적은 비외감이므로 네이버카페 감사회원 대상으로만 공개해뒀습니다.) 장녀의 회사로 알려진 회사죠. 애플이엔씨는 2020년 이전에는 CB물량을 주로 받아 지분율을 늘려가고 있었는데요. 2020년부터는 줄곧 장내 매수로만 일관합니다. 4년 넘게 장내에서 서희건설의 주식을 매수하고 계십니다. 나름대로 기간을 장기간 분산하며 셀프 리픽싱을 도입해서 지배력을 확보하시네요. ㅎ

상법개정이다, 밸류업이다, 지배구조 개선이다 등등 여론이 심상치 않습니다. CB의 이점이 사라진 건 둘째치고 눈치보여 뭘 하질 못하는 입장입니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요. 튀는 짓 자제 시즌입니다. 그냥 장내에서 매수를 해야지요. 자사주도 본격 동원되기 시작합니다. 서희건설의 경우 2023년만해도 자사주 지분율은 13%에 불과했는데요. 2년 만에 약 20%까지 지분율을 끌어 올린 셈입니다.

아씨, 또 복병이 있습니다.

여당을 주축으로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겠다는 엄포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회장님 입장에서는 고민이 됩니다. 대기업들도 하는데, 나도 묻어가자 심산으로 이왕 항상 욕먹는거 한번 더 용기를 낼 수 있습니다. 서희건설의 자사주를 유성티엔에스에 매각하고, 유성티엔에스의 자사주를 서희건설이 사주면 소각 없이 상호 지분율을 확실하게 공고히 할 수가 있으니까요. 아니면, 각각 자사주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B(교환사채)를 발행해 제 3자에게 지분을 넘기는 방법도 있습니다. 회장님의 일관된 가족사랑을 생각하면 쉽지 않을 듯 한 방법이긴 합니다. 이러나 저러나 “또” 욕 대차게 먹을 용기는 필요합니다.

아니면, 애초에 말씀하신대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시원하게 소각을 하실수도 있겠네요. 반기 기준 자사주 소각시 서희건설은 최대주주 일가 지배력이 약 5.2%P, 유성티엔에스는 3%p 희석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지분 사랑 엄청나신 회장님에게는 이또한 큰 용기가 필요할 수도 있네요. 그냥 정면 돌파 하시고..희석된만큼 다시 장내 매입 하시면 되겠....

거래정지 된 마당에 주식 얘기 하고 있으니 스스로 어이가 없긴 합니다.

상장 유지 vs 자진상폐의 경제성 ?

올해 반기 기준 자사주 포함 특수관계인들이 실제로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율은 서희건설 79.2%, 유성티엔에스 71.8% 수준인데요. 소액주주 지분율은 각사 20% 대입니다. 이럴 거면, 상장은 대체 왜 하신건지 참 궁금한데요. 거래정지가 안됐더라면, 코스닥 시장 상장 유지 조건 중 지분분산 요건을 건드리지 않는 수준에서 계속 자사주 혹은 장내 매수를 할 계획이었는지도 궁금해질 정도입니다.

시국이 시국인만큼 상장 유지와 자진상폐의 경제성을 고민해 볼만도 하겠네요. 어차피 가족회의만 하실 거 그냥 잔여 소액주주 지분 공개매수 해주시고 자진상폐 하시라고 하고 싶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