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e.
본 포스팅은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김정빈 교수님의 연구물을 관통하는 주제인,
땅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에 대한 후속 고민의 일부입니다.
저는 교수도 아니고, 기자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연구원도, 애널도 아니죠.
그 말인즉슨 돌직구로 확 내질러도 누가 뭐라 할 사람이 없다는 축복 받은 위치에 있다는 겁니다.
참, 러키비키 하죠?
제 식대로 표현하자면,
"아니, 일본 디벨로퍼들 행보는 부럽긴 한데,
얘들은 대체 돈이 어디서 그리 자꾸 나와서 도시들을 발칵 뒤집어 대는지??"
너무 궁금했습니다. 사실 저 말고도 다들 궁금하시잖아요?
근데 다들 해외 디벨로퍼들은 자기자본 비율 높다는 얘기만 합니다.
그래서 우리도 자기자본비율 상향 조정을 의무화 해야한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돈 많이 있으면 뭐든 할 수 있다는거, 누가 그걸 모른답니까?ㅎ
무엇을 할지 자꾸 논의하지 말고, 무얼 "어떻게" 하면 되는지에 대한 논의가 좀 많아졌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답답한 사람이 우물 판다고요.
귀찮아서 미뤄뒀던 미쓰이부동산 숫자를 들여다 보며
저만의 결론을 일단 내어 보았는데요.
여러분의 생각이 저도 참 궁금합니다.
이하 존칭 생략 양해 부탁드립니다.
미쓰이부동산을 통해
일본 디벨로퍼들의
돈의 출처를 따라가 보자.
미쓰이부동산 실적추이, 출처 : 감사보고서, 조르바 자체 정리
일단 매직아이부터 시작해보자.
IBK투자증권의 도움으로 블룸버그에서 시계열을 최대로 땡겨 미쓰이부동산의 연결기준 raw data를 받았다. 1995년부터 데이터가 제공된다. 일본 전자공시 또한 1995년 이전의 감사보고서 자료를 제공하지 않기에 1995년 이전의 자료는 미쓰이의 언론 인터뷰를 참고할 수밖에 없었음을 밝혀둔다. 엔단위 직관적이지 않아 100엔당 917원으로 환율 적용해서 원화 환산을 편의상 했음을 밝혀둔다.
1995년 이후의 미쓰이부동산의 실적추이를 보자면, 1997년 동아시아 금융위기 한차례를 제외하고는 영업이익 단에서 적자를 시현한 적이 없다. 자고로 분석이란 팩트를 설명하는 게 아니라, "왜" 그런건지를 파헤치는 작업이라고 세뇌당했으니.
2023년 기준, 매출액 22조원, 영업이익 3조원, 당기순이익 2조원.
1995년 기준, 당기순이익 800억원밖에 못벌던 미쓰이부동산.
그렇다면 이들은 대체 "왜" 이리도 이익안정성이 높은 비즈니스 모델을 갖게 되었을까?
1990년대 초, 일본의 버블경제가 꺼지기 시작하며 자산 가격이 속절 없이 하락한다. 담보가치의 하락으로 금융기관들이 파산한다. 오르기만 하던 자산의 가격이 무섭게 빠질 수도 있구나, 체험하기 시작하던 시기다. 미쓰이부동산도 당연히 버블경제에 올라탔던 주역 중 하나였다. 자산 가격이 오르기만 하던 시절 당연히 부동산을 개발하여 팔아 재끼기 바빴다. 개발해서 바로 "파는" 모델의 함정은 자산 가격이 하락하면 살 사람이 없어진다는 거다. 살 사람이 없어지면 내가 떠 안아야 하고, 내 체급보다 더 많은 자산을 떠안게 되면 파산은 시간문제다. 일본이나 한국이나 국적 없이 적용되는 만고 불변의 진리다.
미쓰이부동산의 고민은 여기서 시작된다.
400년 역사를 이어 온 그룹사의 체력 덕분이었을까.
부동산 가격이 하락해도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이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한다. 바로 Recurring Revenue 개념에 대한 고민이다. 경기에 상관없이 회사의 기초체력을 받쳐 줄 수 있는 , 소위 말해 "깔아주는" 매출의 필요성을 인지한 거다. 뭐 미쓰이가 하늘에서 뚝 떨어져 내려온 천재 그룹집단도 아니기에, 따박따박 돈 들어오는 모델이 뭐가 있겠나. 누구나 쉽게 떠올리는 그것. 그렇다. 임대 매출이다. 임대 매출이란건 자산을 팔게 되면 발생하지 않는다. 따라서 임대 매출을 만들기 위해서는 자산을 보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일본 정부는 때마침 1997년 금융위기 여파로 디벨로퍼들이 일시에 망할까 두려워 리츠 카드를 꺼내든다. 그게 2000년이다. 그리고 미쓰이부동산이 바로 2001년, 현재 시가총액 10조원으로 1위에 달하는 Nippon Building Fund라는 리츠를 상장한다. (일본 리츠의 평균 시가총액은 약 2.6조원 수준임/우리나라 제일 큰 리츠인 SK리츠 1.4조원...^^;;) 어쨌든 이렇게 스폰서 리츠가 탄생하게 된다.
디벨로퍼는 개발을 하고 계열사인 리츠에 자산을 매각 한다. 어떤 자산은 디벨로퍼가 마스터리스를 하고, 어떤 자산은 매각하여 계열사를 통해 PM과 FM용역을 수주해서 선순환 고리를 만든다. (미쓰이부동산은 부동산과 관련된 사업영역 중 안하는 걸 찾는게 더 빠르다. 그만큼 상상 이상으로 모든 밸류체인을 다 구축했다. 보험까지..) 그리고 빌딩 리모델링 시기가 다가오면 디벨로퍼가 다시 리츠로부터 자산을 되산다. 밸류업을 진행한 뒤 또 다시 리츠에 파는거다.
이게 무슨 의미냐면, 결국 자산의 일부를 유동화 해 자산을 길게 보유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확보된 유동성 재원으로 신규 개발을 지속할 수 있는 금융 토대가 생겨났다는 거다. 물론 리츠를 도입한다고 다 비슷한 토대가 생기는 건 아니다. 당장 우리나라만 보라, 일본이랑 비슷한 시기에 리츠가 생겼는데도, 리츠가 그 구실을 제대로 하는지 말이다.(리츠사의 잘못이란 얘기가 아님) 그렇다면 또 의문이 생긴다. 대체 리츠 자금 출처들은 어디인건가?
참고로 우리나라 상장 리츠 시가총액 8조 남짓, 일본 160조 남짓. 에쿼티 기준이므로 대략 2x 하면 상장리츠들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 규모 총액이 나온다. 우리나라 상장 리츠 8조원은 누가 떠받치고 있고, 일본의 160조원은 누가 떠받치고 있는걸까? 휘뚜루 마뚜루 살펴본 결과, 아이러니 하게도 우리나라 리츠의 소액주주의 비율은 40% 전후, 일본 리츠의 소액주주 비율은 10%도 되지 않았다.
한국의 자그마한 리츠시장은 십시일반 코묻은 돈 보탠 개미들의 기여도가 결코 작지 않으며,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일본 리츠의 대부분 자금은 결국 기관의 기여도가 절대적이란 얘기다. 일본 정부의 역할도 결코 작지 않다. 2009년 리츠 간 합병시 발생하는 영업권을 배당가능이익에서 배제 해주며, 리츠 운용의 운신의 폭을 넓혀 주는 것도 모자라, 지금은 중지 된 걸로 파악되지만, 2011년부터는 BOJ조차 리츠를 의무적으로 매입하기 시작했다.
2001년 이후 자산을 장기로 보유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며 미쓰이부동산은 recurring revenue를 쌓아나가기 시작한다. 그 결과 ,어떠한 변화가 일어나는지 숫자를 통해 함께 살펴보자.
임대수익을 늘리기로 한 결단의 결과물
미쓰이부동산 매출 구성, 출처 : 2024.3.감사보고서, 조르바 자체 정리
워낙 높은 실적 안정성을 자랑하는 미쓰이의 실적이라 매출 구성 변화폭도 작아, 작년 기준 미쓰이부동산의 감사보고서에 기재된 매출 구성만 발췌해 봤다. 보유 오피스와 상업시설로부터 발생하는 매출이 전체의 34% 수준을 차지한다. 개발을 통한 분양 사업은 26% 수준이다. 분양보다 임대매출이 더 높은 구조다.
리츠 도입 전 후로 눈에 보이는 가장 큰 변화는 "영업이익률=OPM"의 변화다.
리츠 도입 이전 미쓰이부동산은 꼴랑 해봤자 하이 싱글 정도의 OPM을 시현했으나, 리츠 운용이 안정기에 접어드는 2005년부터 OPM의 변화가 생긴다. 한자리수에 불과하던 영업이익률이 두자릿수로 변하기 시작한거다. 물론 리먼브러더스의 여파로 3년간 잠시 더블디짓 OPM을 시현하진 못했지만, 2011년부터 코로나 이전까지 따박따박 OPM이 성장하는 체질 개선을 이뤄낸다. 절대 금액이 증가하는 것과 율(%)이 증가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성장의 내용이 달라지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달라졌을까?
간단치는 않은 문제라(귀찮은지라) 포스팅에 이미지 파일 스샷은 생략했으나 사업 부문별로 마진율을 breakdown 해보면, 임대사업부를 제외한 다른 사업부의 마진율은 10% 미만이다. 임대사업부의 마진율은 10% 중반 이상으로 결국 미쓰이부동산이 벌어들이는 영업이익의 절반은 임대사업에서 나온다. 매출은 비록 30% 중반 정도의 비중일지라도 말이다. 어쨌든 임대사업부가 캐시카우로 지속 성장하며 대규모 개발을 이어나갈 수 있는 재원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기 시작한다. 쓰는 속도보다 캐쉬가 쌓이는 속도가 더 빠른 비즈니스 모델을 장착할 수 있게 된거다.
내 중간 결론 : 2가지 축
1.Recurring Revenue에 대한 고찰
미쓰이라고 다를 거 없다. (도쿄 핵심 3구 집착하는것도 우리가 서울 강남 집착하는 것처럼 똑같고..도쿄 핵심지만 땅을 매입하고, 그 외의 지역에는 가능한 땅을 매입하지 않고 빌려서 개발함....ㅋ최근에 개발한 에셋 중 도쿄 미드타운 히비야는 리츠에 안넘기고 자체 보유하는데 진짜 핵심은 리츠에 안넘기는것도 똑같고...어쨌든 땅 평당 4억원으로 장부가 잡혀있고..츠키지 시장 재개발 한다고 숱한 환경단체들 민원으로 싸워야 되는 것도 똑같고..지속가능한 개발이 맞느냐에 대한 의문과 싸워야 되는 것도 똑같고..한국이나 미쓰이나..사람 사는 건..똑같은건 너무 여럿..ㅋ) 장 좋을때는 빨리 지어 뭐든 빨리 파는 플레이를 하다가 버블 붕괴로 깊은 고민에 빠졌다. 위기가 기회가 됐다고, 깔아두는 매출에 대한 고민을 하다보니 결국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에 한발짝 "먼저" 다가갔을 뿐이다. 타운 매니지먼트든, 도심 재생이든 판을 크게 벌일 수 있는 밑천 중 하나로 작용하는 비즈니스 모델 말이다.
2.쩐주는 결국 금융기관의 역할 : 리츠 활용법
금융다운 금융이 작용했다. 자꾸 민간에 자기자본 비율 높이라고 주문 하지 마라. 미쓰이도 힘들어서 허덕일때 미쓰이가 알아서 자생하며 어느날 갑툭튀? 어라 ? 자기자본이 하늘에서 떨어졌네? 하지 않았다. 일본 정부가 먼저 리츠 제도 만들고, 기관 자금 들어가고, 그러다가 또 힘들어지면 관이 먼저 각종 제도 정비 해줬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일본 리츠 거의가 스폰서와 금융 기관 돈이다. (물론 일본은 아시아의 안전자산이라는 특성 덕에 해외 자금 유입이 더 용이한 측면이 있긴 함.ex : 각 국의 국부펀드들 알박기?)
백날 우리나라 시행사 때려 잡아봐라. 없는 돈이 하루 아침에 나와요??!!!!
결국은 금융이다.
(국토교통부가 100% 들고 있는 주택도시기금 규모가 234조원이다. 나름 코람코 3-4% 지분 넣고 나머지 다 주택도시기금이 출자해주고 리츠 만들어서 국내 리츠 열심히 사주고 계시는데 눈물 난다. 규모가. 제일 많이 담으신게 이지스레지던스...15%...시가총액 다 얼마 하지도 않는데 그거 3-4% 사주신다고 전혀 도움 안된다. 혹자는 국내 리츠 거래량 없어서 기관 접근이 안되서 문제라고 하지만 일본은 일부러 리츠 액면 분할에 소극적이라고 한다. 주주수 늘리기 싫어서..일본또한 리츠 규모 대비 거래대금은 안습임) 그래, 우리가 일본 보다 돈 없는건 알겠는데, 그래서 결국 관에서 해결책이라도 찾으려면 퇴직연금 380조원 재원 얘기 정도는 꺼내줘야.. 민간에서 감동해서 뭐라도 하고 싶지. 이건 뭐 판은 선진국이랑 똑같이 안.깔.면.서 "국민들은 선진국처럼" 플레이하길 바라는건 좀 양심...없는 거 아닌가..)
소회
우리가 대형 디벨로퍼 중 하나라고 인식하는 재벌그룹의 SK D&D의 시가총액이 얼만지 아시는가? 안타깝지만 2000억원도 안된다. (정확히는 1627억원ㅜ, 24.8.30.종가 기준) 중형주라고 부르기도 뭣한 소형주다.
미쓰이부동산? 시가총액 40조원이다. 국내 그 어떤 금융지주보다도 시가총액이 크다. SK D&D의 멀티플이 할인 받는 이유는 너무 명확하다. 부동산 개발업 특성상 이익의 안정성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글로벌 Peer인 미쓰이와 같은 멀티플을 적용할 수 없는 이유다. 국내 디벨로퍼 최초로 상장한지 10년된 우리나라 재벌조차도 아직 Recurring Revenue를 확보 못한 상황이란 거다.(고민을 안한고 시도를 안한건 아니다..신재생...결국..인적분할..) 재벌 그룹사도 쉽게 안되는걸 ㅎㅎ 민간 독립계들한테 자기자본 비중을 높이시오~하고 주문하면 되나? 그런거면 나도 담생에 나랏밥 먹고 싶...그럼에도 불구하고 SK D&D가 개발한 명동 N타워를 자회사인 디앤디를 통해 리츠에 매각&운영하게 된다. 스폰서 리츠로서의 첫 유의미한 행보다. (격하게 응원합니다)
결국 우리 모두가 어떤 방식의 비즈니스 모델 혹은 체력을 갖추야 하는지, 방향성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이 됐다. How에 대한 이견이 존재할 뿐이다. 민관이 그 역할과 책임을 어떻게 배분할지가 결국 정책 운영의 묘미다. 일단 내 결론은 금융기관의 역할론에 대한 논의가 좀 더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key인데, 내 생각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논점에 안타깝기 그지 없다. 더구나 요즘처럼 신탁사건 여전사건, 증권사건, 저축은행이건, 상호금융이건 다 조사버리면...^^ 퍽이나 이제 신용창출이 잘 되서 주택이든 비주택이든 공급도 늘어나고 잘 돌아가겠네요잉? 뭔가 느낌이 술먹고 운전은 하라고 시키지만, 음주운전은 안된다? 하는 느낌이랄까.
여기까지가 내가 일본의 미쓰이 사례를 통해 내린 중간 결론인데(사실 말이 미쓰이지 보다보면 다른 플레이어들 살펴보지 않을 수가 없는데, 대동소이함), 중간이라는 표현을 쓴 건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라 여러분들의 의견도 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커서다.
더이상 WHAT TO DO 가 아니라 논의 물결의 방향이라도 좀 바뀌어 HOW TO DO에 대한 화두가 진정성 있게 다뤄지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덧) 사실 상기에 언급한 내용 외에도 다른 요인들이 많이 있지만, 다 열거할 수 없어 내가 리서치 하며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포인트 2가지만 추렸다. 이번 포스팅의 핵심은 돈의 출처를 파악하는게 목적이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