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디벨로퍼 엠디엠의 이야기다.
2021년 한국 디벨로퍼 최초로 공시대상 기업 집단에 포함된 바 있다.
계열사의 수는 많지만 여타 국내 디벨로퍼와는 달리 지배구조는 깔끔하다.
간략하게 엠디엠 제국의 역사를 살펴보자.
실적과 함께 보는 엠디엠 제국의 역사
엠디엠+엠디엠플러스 연혁, 출처 : 엠디엠, 조르바 자체 정리
국내 1위 디벨로퍼 엠디엠의 이야기다.
2021년 한국 디벨로퍼 최초로 공시대상 기업 집단에 포함된 바 있다.
계열사의 수는 많지만 여타 국내 디벨로퍼와는 달리 지배구조는 깔끔하다.
간략하게 엠디엠 제국의 역사를 살펴보자.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 엠디엠은 1998년 분양대행사로 출발했다. 약 10년 동안 분양대행업을 통해 모은 씨드를 발판 삼아 부산 해운대에 대우 월드마크 센텀을 개발한다. 엠디엠의 첫 시행사업이다. 대우 월드마크 센텀 개발사업은 2010년 한국자산신탁 인수의 재원이 된다. 2008년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작업을 통해 매물로 나오게 된 한국자산신탁을 2009년 엠디엠이 대신 MSB PEF와 연합해 50%+1주의 지분을 721억원에 인수한다.
국내 이름 모를 시행사가 신탁사를 인수한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주현 회장은 철저히 계획 된 인수 작업이었다고 말한다. 서서히 건설사의 보증에 의존한 사업 추진 관행이 줄어들고, 금융기관과 디벨로퍼가 시장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는 판단하에 한국자산신탁을 인수했노라고 말이다. 그렇게 2011년 엠디엠은 한국자산신탁 인수를 통해 신탁업에 진출하게 된다.
이듬 해인 2012년 여전사인 한국자산캐피탈을 설립한다. 동시에 오피스텔 위주의 공급 관행을 벗어나 광교 푸르지오 월드마크에 오피스텔과 공동주택을 개발하게 된다. 세곡2지구, 위례신도시, 하남 미사강변지구, 마곡, 동탄, 상암, 고양 삼송, 고양 원흥 등에서 연달아 오피스텔과 아파트를 공급한다. 2017년에는 서울우유 용인공장 부지를 매입했는데, 작년 엠디엠 실적의 절반을 차지한 용인 플랫폼시티 e편한세상이다.
출처 : 각 사 감사보고서, 조르바 자체 정리
엠디엠그룹의 많은 계열사를 정리하다 보니 "요약본"만 엑셀 118행에 이르는 관계로, 그룹사의 2개 축인 엠디엠과 엠디엠플러스의 별도 실적 추이만 살펴보도록 하자.
1.엠디엠
부산 해운대 월드마크 센텀을 시작으로, 판교 푸르지오 월드마크, 송파 푸르지오시티, 광교 푸르지오, 광교 더샵 레이크파크, 청라 지웰에스테이트, 운정 푸르지오 파크라인, e편한세상 용인역 플랫폼시티, 동탄 더힐 단독주택용지를 개발하며 순차적으로 매출액을 인식 한 바 있다. 2015년 이후로 엠디엠은 7년간 신규 사업장을 늘리지 않았다.
2022년에 가서야 신규 사업장인 운정 푸르지오 파크라인의 매출을 인식하기 시작한다. 엠디엠 기준 가장 규모가 큰 프로젝트인 e편한세상 용인역 플랫폼시티는 총 예상 매출액 약 1조원의 사업으로 2023년에 후분양 매출 약 8000억원을 인식하기에 이른다. 당시 총 매출액이 약 9000억원에 달했던 점을 상기하면, 용인 사업장 매출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에 반해, 2024년에는 용인 사업장의 잔여 매출 인식과 운정 푸르지오파크라인의 매출이 인식되며 약 3100억원의 매출을 시현했다. 이를 두고 일부 언론에서는 엠디엠의 실적이 꺾였다고 표현하지만, 정확한 표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최선을 다했으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전제 하에 "꺾였다"라는 취지의 표현에는 공감이 가지만, 현재 엠디엠의 매출액은 어느 정도 문주현 회장의 의도가 깔린 실적이기 때문이다. 되려, "아, 용인 땅을 괜히 엠디엠으로 받았나" 싶은 상황일 가능성이 있다. 플랫폼시티 덕분에 안타깝게도(?) 2023년 엠디엠의 자기자본이 전년대비 53%가 성장해 버리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과거 용인 사업장을 엠디엠플러스가 인수했더라면, 두 자녀들은 합병을 통해 지주사의 지분을 더 많이 보유할 수 있었는데 말이다. (본 이야기는 승계 관련 이슈로, 후술한다.)
어쨌든 2015년 이후로 엠디엠플러스로 그룹사의 매출 재원 대부분이 이전되다 보니 엠디엠은 2017년 이후로 의미있는 매출 시현을 하지 못하는데, 그렇다고 엠디엠이 계속 적자를 시현했는가, 묻는다면 그것도 아니다. 한국자산신탁에서 매년 70~80억원의 배당금과 지분법이익이 인식됐기 때문이다. 한국자산신탁의 인수는 그야말로 꽤나 성공적인 딜이었던 셈이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 한국자산신탁을 엠디엠만 보유하고 있어 못내 아쉬웠던 탓일까. 2020년, 엠디엠은 한자신의 보유지분 중 10%p를 엠디엠플러스에 블록딜로 매각하게 된다. 이로써 자녀들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일부 공유할 수 있게 됐다.
2.엠디엠플러스
수 개의 PFV를 통해 진행하는 사업장을 제외하고, 엠디엠플러스를 통해 지금까지 24개의 사업을 진행했다. 2015년부터 지금까지 자기자본을 성장시키는데 가장 크게 일조한 사업장은 광교 더샵 레이크시티다. 중동 센트럴파크 푸르지오와 동탄 더샵 레이크 에듀타운이 그 뒤를 잇는다.
2002년에 설립되어 외식업과 예식업을 영위하던 블루코스트가 2014년에 엠디엠플러스로 사명을 변경하고 혜성처럼 개발업계에 등장한다. 어린 두 자녀들이 주요 지분을 보유한 법인이 사명을 변경하자마자 6개의 사업장을 동시에 돌리기 위해서는 든든한 키다리 아저씨가 필요했을 법 하다. 여러분이 상상하고 있는 내용이 있다면, 그렇다, 그 키다리 아저씨는 엠디엠이다.
엠디엠이 본업에서 힘을 빼는 시기와 맞물려 엠디엠플러스를 통해 엠디엠이 각종 보증을 제공하며 주요 사업을 진행하기 시작한다. 신야탑푸르지오, 서초리슈빌S글로벌, 마곡보타닉푸르지오시티, 위례중앙푸르지오, 위례중앙타워, 고양 삼송 e편한세상1차 사업장에서 의미있게 매출이 잡히기 시작한 해는 2015년으로, 2436억원의 매출과 85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한다. 엠디엠플러스가 레벨 업되기 시작한 원년이다.
2016년부터 공시대상 기업집단으로 지정되던 해인 2021년까지 매년 평균 12개의 사업장이 동시에 돌아가며 엠디엠플러스의 매출을 만들어 냈다. 6년간 매년 평균적으로 매출 1.1조원, 당기순이익 2300여원을 시현했다.
백전 노장의 지혜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을까. 2022년부터 문주현 회장은 욕심을 제어하며 신규사업장을 과거 대비 왕성하게 늘리지 않았다. 덕분에 매출 인식 재원인 사업장이 2022년 이후 절반 이상으로 대폭 감소하며 엠디엠플러스 또한 실적이 급격하게 감소한다. "감소"라는 워딩이 주는 어감이 상당히 부정적이지만, 어디까지나 기저효과를 표현했을 뿐이다. 2022년과 2023년에도 약 4300억원, 2024년에는 6500억원 규모의 매출을 시현한 바 있다.
엠디엠그룹은 국내 1세대 디벨로퍼답게 많은 부지를 매입하고, 많은 프로젝트를 성공시켰다. 모든 프로젝트를 언급할 수는 없지만, 단 하나 확실한 건 엠디엠은 그 어느 디벨로퍼들 보다 "많은 부"를 착실하게 축적해 왔다는 점이다. 문주현 회장은 58년 생으로, 슬하에 두 딸을 두고 있다. 돈을 많이 벌수록 돈을 버는 사업보다 중요한 문제가 하나 더 있다.
바로 부의 이전, 승계 작업이다.
엠디엠그룹의 지배구조
엠디엠 지배구조도, 출처 : 공정거래위원회
많은 사람들이 "엠디엠"이라고 통칭하지만, 최근 주요 사업장의 실질적인 주체는 "엠디엠"이 아니라, "엠디엠플러스"다. 위에 인용한 엠디엠의 지배구조도를 보면, 엠디엠그룹은 엠디엠과 엠디엠플러스 2개 회사가 주축이 되어 움직인다. 엠디엠은 문주현 회장과 아내분이 온전히 10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엠디엠플러스는 문주현 회장이 5% 남짓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두 자녀가 동등하게 지분을 나눠 가지고 있다. 즉, 엠디엠플러스는 승계의 구심점이 되는 법인이다.
엠디엠, 엠디엠플러스 매출 추이, 출처 : 감사보고서, 조르바 자체 정리
엠디엠플러스가 승계의 구심점이 되는 법인이라는 말을 조금 더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 위와 같이 차트로 표현을 해봤다. 무엇이 느껴지는가? 그렇다. 특정 기간 동안의 양사의 매출이 X축 대칭을 이룬다. 엠디엠플러스는 2015년부터 매출액이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반면, 엠디엠은 2016년을 기점으로 "엠디엠"의 이름으로 이렇다 할 사업을 벌이지 않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2014년으로 돌아가 보자.
엠디엠의 자본총계 2369억원, 엠디엠플러스의 자본총계는 107억원 수준으로 엠디엠의 규모가 압도적으로 컸다. 2024년 현재 기준 엠디엠의 자본총계 1.24조원, 엠디엠플러스 자본총계 1.53조원이다. 즉, 자녀들이 지분을 보유한 엠디엠플러스는 약 10년여 동안 142배의 자기자본 성장을 이뤄냈다.
심지어 엠디엠이 현재 추진하고 있는 주요한 사업 중 하나인 서리풀 복합개발사업, 여의도 아크로 더원 또한 엠디엠플러스가 주도하고 있다. 규모가 큰 향후의 매출 재원 다수가 엠디엠플러스에 포진된 것이다.
무슨 이유일까?
현재 기준에서 자녀들은 엠디엠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지는 않다. 장녀 정도만 사내이사로 등재되어 있을 뿐이다. 향후 자녀들이 엠디엠의 지분 또한 소유해야 그룹 전체에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가 된다. 따라서 이러한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추후 "엠디엠"과 "엠디엠플러스"의 합병 작업이 필요한 상황이다. 작년에 신영과 신영플러스가 합병을 한 사례처럼 말이다.
다만, 신영 케이스와는 다른 점이 있다. 신영 정춘보 회장의 장남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신영플러스는 신영에 비해 외형이 절대적으로 작았기에 정춘보 회장의 장남이 신영의 메이저 지분을 확보할 수는 없었다. 반면, 문주현 회장의 자녀 법인인 엠디엠플러스는 현재 기준으로만 봐도 엠디엠보다 외형이 크고, 향후 인식할 매출 재원의 프로젝트 규모 또한 크다. 이는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1:1.5로 가중평균해 계산하게 되는 합병가액이 엠디엠플러스가 더 클 확률을 내포한다.
엠디엠과 엠디엠플러스가 합병하여 지주사의 역할을 하고, 한국자산신탁이 중간 지주사의 역할을 맡게 되는 그림이다. 문주현 회장의 일가는 지주사의 지분만 온전히 보유하면 계열사 전체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어디까지나 "현재 기준"에서 합리적으로 추론할 수 있는 내용일 뿐)
승계재원 마련의 장기 로드맵
엠디엠플러스는 2016년부터 2024년까지 총 820억원을 배당했다. 문주현 회장의 지분 4.8%를 제외한 95.2%를 두 자녀가 보유하고 있으니, 두 자녀는 지금까지 엠디엠플러스로부터 9년에 걸쳐 약 780억원의 배당금을 수령한 셈이다. 엠디엠이 창업이래 작년까지 총 1100억원 수준의 배당을 한 점을 고려하면, 엠디엠플러스를 통해 두 자녀에게 꽤나 단기간에 많은 배당이 집중적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특히 공시대상 기업집단에 편입된 해인 2021년 한 해에만 무려 330억원의 배당이 이뤄진 바 있다. 두 자녀의 몫은 약 315억원에 달한다. 언제 어떤 방식으로 승계작업이 가시화 될지는 모르겠지만, 만일을 대비해 자녀들이 합법적인 소득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승계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상속 및 증여세 재원을 구축하는 작업의 일환으로 보인다.
문주현 회장은 여전히 국내 디벨로퍼 역사의 전설로 활약하고 있으며, 장녀의 나이는 고작 1990년 생으로 경영 일선에 전면으로 나서기엔 상당히 젊다고 볼 수 있다. 그 말인 즉슨, 승계의 장기 로드맵을 실현해 나가기엔 충분한 시간이 있으며, 그 주축은 여전히 엠디엠플러스가 될 것이라는 합리적인 추론이 가능한 상황이다.
총 사업비 5조원에 달하는 서리풀 복합개발사업이 곧 착공 예정에 있다. 본 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어 사업이익이 엠디엠플러스에 고스란히 인식된다면, 엠디엠플러스의 외형은 엠디엠의 그것과 격차를 벌이기에 충분하다. 두 자녀들이 손 안대고(?) 합병 지주사의 지분을 현재 기준보다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는 모멘텀이 된다. 비단 엠디엠플러스에게 남아 있는 대형 사업장이 서리풀 복합개발사업 하나가 아니라는 사실이 매우 흥미롭다.